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485

|컬럼| 129. 엄마가 없어지다니

'mother'는 영어, 독일어, 희랍어, 불어, 스페인어, 네덜란드 말 그리고 범어에 이르기까지 발음이 아주 비슷하다. 중국어로도 엄마를 '마마'라 하는데 이태리어와 스웨덴 말의 'mamma'와 그 발음이 똑같다. 아기가 엄마를 향해서 내는 비음(鼻音)은 기분이 좋을 때 콧노래가 나오는 심리와 같은 것으로 풀이된다. 불어의 'maman'는 콧소리가 세 번이나 들어간다. 음성학적으로 엄마는 명실공히 범세계적인 단어다. 1958년에 김종래(1927~2001)는 라는 장편만화로 전쟁 후 피폐했던 전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그 책은 술과 노름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팔려간 엄마를 찾으려는 아들 금준이의 애환을 그린 우리 최초의 만화 베스트셀러였다. 는 이태리의 에드몬드 데 아미치스(Edmondo De Amicis..

|컬럼| 125. 팀 플레이어

동물도 사람도 개별적으로는 각기 하나의 독립된 유기체이지만 무리를 이루어 살아야 하는 자연법칙을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는 가족과 이웃과 국가가 미세하게 얽혀있는 지구촌에서 인터넷을 조석으로 쏘다니며 단수가 아닌 복수로서 생존한다. 우리말은 영어에 비하여 사물을 세는 개별적 기본 단위가 무척 까다롭다. 옷 한 벌, 구두 한 켤레, 북어 한 쾌, 달걀 한 꾸러미, 바느질 한 땀, 꽃 한 송이, 등등이 그 좋은 예다. 반면에 영어는 '떼'를 나타내는 명사가 세분화 돼 있다. 이를테면 pack of wolves: 늑대 떼, flight of birds: 새떼, school of fish: 물고기 떼, swarm of bees: 벌떼, army of ants: 개미 떼, pride of lions: 사자 떼, 등..

|컬럼| 123. 이름에 대하여

자고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했거늘 그 풍조를 좇아 우리는 명문대학을 추구하고 명품을 밝히는 관습이 있다. 하다 못해 얼마 전에 무심코 본 티브이 광고에서도 '김치도 명품이 있습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춘수는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의미심장하게 술회한다. 이 발언은 꽃도 관등성명이 분명해야 꽃답다는 엄청난 성명서처럼 들린다. 반면에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1597) 2막 2장에서 줄리엣의 입을 빌려 이렇게 설파한다. "What's in a name? 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