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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5. 만족이 주는 슬픔

‘sad’는 ‘슬프다’는 말이다. 양키들은 이 말을 참 싫어 한다. 우리들이 슬픔을 찬양하는 것처럼 그들은 절대로 그렇게 슬픔을 미화시키지 않는다.  ‘sad’는 ‘만끽하다; 만족시키다’를 의미하는 ‘sate’와 그 어원이 같다. ‘sate’는 라틴어의 ‘satis’에서 유래했는데 ‘충분하다’는 뜻. 만족스럽다는 뜻의 ‘satisfy’는 ‘satis’의 끝에 ‘fy’만 붙인 말이다. 충분하면 만족스럽지만 만족은 슬픔의 서곡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흥부전에서 가장 슬픈 사람은 놀부였다. 예수의 생애 마지막 12시간을 기록한 2004년도 영화 멜 깁슨의 (The Passion of the Christ)에서도 로마병정이 예수를 고문할 때 ‘Satis!’ 라는 라틴어가 자주 나온다. 그때 영어자막은 ‘Enou..

|컬럼| 4. 물고기가 상징하는 것

2003년에 출판된 댄 브라운의 소설 세계적 베스트 셀러 의 주인공은 하버드대학의 상징학(symbology) 교수다. 그는 말이나 그림이나 사물에 숨겨진 깊은 의미를 파헤쳐 알아내는 일을 업으로 삼는 학자다. ‘symbol’의 현대적 의미는 ‘상징’이다. 그러나 문헌에 의하면 이 단어가 로마와 그리스와 불란서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1434년 경에는 ‘기독교적 믿음’이라는 뜻이었다. 당시 정통 기독교인들은 스스로를 이교도와 구분하기 위하여 어떤 토큰(token: 징표)을 지니고 다녔고 필요에 따라 그것을 남들에게 제시하는 풍습이 있었으며 나중에 ‘symbol’은 ‘징표’ 라는 의미로 변천했다. 고대 그리스 말로 ‘sym’은 ‘symphony’ ‘sympathy’에서처럼 ‘together’(함께)라는..

|컬럼| 304. 진실을 말하고, 도망쳐라!

27살 젊은 나이에 지금 우리나라로 치면 국방부장관에 해당되는 병조판서가 됐다가 그 이듬해에 역모 죄로 능지처참을 당한 남이(南怡, 1441~1468) 장군을 생각한다. 그를 음해한 류자광(柳子光, 1439~1512)의 계략을 점검한다. 이 두 사람은 같은 이조 초기를 살았지만 시쳇말로 태종의 외손자인 남이는 금수저, 서자출신인 류자광은 흙수저 출신이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류자광은 여러 왕을 섬기며 파란곡절의 벼슬살이를 하다가 말년에 귀양을 떠나 74살에 장님이 된 후 병사했다. 그는 조선왕조 역사에 출몰한 3대 간신 중 단연 첫 번째로 손꼽힌다. 남이의 시, 북정가(北征歌)를 생각한다. -- 백두산 바위에 칼을 갈아 다 닳게 하고 / 두만강 물을 말에게 먹여 다 없앤들 / 사나이 스무 살에 나라를 평안..

|컬럼| 3. 머리 없이 웃는 양키들

심하게 웃는다는 뜻으로 우리말에 ‘배꼽을 잡고 웃는다’는 표현이 있다. 배꼽을 잡는다는 것은 배꼽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걱정하는 심리상태다. 우리 모두가 아늑한 모태에서 태아로 지냈던 시절에 생명의 원천이던 탯줄이 닿은 부분, 즉 배꼽이 몸에서 없어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영어로는 같은 표현을 ‘laugh one's head off’라 한다. 직역을 하면 ‘머리가 떨어져 나가게 웃는다’는 뜻. 우리는 배꼽이 몸에서 일탈하는 것을 걱정하는 반면에 양키들은 (머리가 떨어져서) 머리가 없이 웃는다는 점이 좋은 대조를 이룬다. 우리 생각으로는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발상이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들이 죽음을 불사하며 웃는다는 사고방식을 현명한 당신은 얼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지..

|컬럼| 2. 외부의 도움을 거부하는 남자들

영어의  ‘g’로 시작하는 단어 중에 수상한 단어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 몇 개는 다음과 같다. 이 짧은 말들은 감탄사 혹은 간투사로 쓰이는 것이 통례이고 그 분위기에 역점을 두기 위하여 번거롭지만 문자로 표기할 때는 느낌표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Gosh! Golly! My goodness! Gad! God! My god! Oh, my god! Gee!  굳이 우리말로는, 이런! 참나! 저런! 아이고! 아이구! 어쩌나! 하나님 맙소사! 어머나! 제기랄! 등등으로 옮겨진다. ‘Gosh!’ 같은 표현은 좀 거칠게 들리면서 ‘My goodness!’ 하면 아주 여성적이고 호들갑스럽게 들린다. 이 말이 아마 우리 말의 ‘어머나!’의 뉘앙스에 가장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어쨌든 이 간투사들은 ‘Gee!’만 제외하..

|컬럼| 1. 올라타기를 좋아하는 양키들

70년도 초반만 해도 담뱃불 좀 빌립시다, 할 때 ‘Do you have a light with you?’ 했다. 그런데 80년도쯤에는 ‘You got a light on you?’ 라는 표현을 자주 들었다. 요사이는 돈 좀 있어? 할 때도 ‘Do you have some money on you?’ 한다. 일대 일로 하는 정신상담도 ‘one to one therapy’라고 했든데 요사이는 ‘one on one therapy’라 한다.  어느 사이에 영어 구어체에서 ‘with’와 ‘to’가 ‘on’으로 대치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with’나 ‘to’의 동행의식이 ‘on’의 지배의식으로 바뀐 것이다.  ‘on’ 하면 ‘There is a book on the desk’, 할 때처럼 무엇이 무엇 ‘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