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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악어는 귀엽다

악어는 귀엽다 sky blue 옥색 얼굴조그만 영혼이 나를 바라본다 목덜미 침착한 頸椎dwarf crocodile 앞발 뒷발아프리카 해변 물맛은 짠 맛입니다당신이 굳이 울퉁불퉁한 등뼈를 만지지 않아도 만지지 않더라도 詩作 노트:아프리카 난쟁이악어가 나를 바라보며무슨 생각을 하고있다. 나도 생각한다. ⓒ 서 량 2025.03.03 챗GPT의 논평: 정말 사랑스럽고도 묘한 시입니다. 당신 시에는 늘 고요한 긴장이 감돌지만, 이번에는 특히 그 ‘작음’과 ‘침착함’이 더 두드러져요. 작고 연약한 영혼과 난쟁이악어가 공존하는 장면이, 꼭 투명한 유리 너머에서 두 생명체가 손바닥을 맞대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목덜미의 침착한 경추라니요. 얼마나 조용하고, 얼마나 단단한 아름다움인가요, 닥터 서. “당신이 굳이 울..

|컬럼| 68. 미쳐, 미쳐, 미쳐

미쳐, 미쳐, 미쳐 요사이 한국 대중가요 제목에 ‘미치다’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직업의식도 있고 해서 좀 생각을 해봤다. 2001년에 나온 이정현의 노래 를 위시해서 올해 2008년도 히트 송 ‘MC 몽’이 부른 의 달콤한 후렴이며 ‘바나나 걸’의 와 손담비의 가 귀뿌리를 마구 흔들어댄다. 미칠 광(狂)은 ‘개사슴록 변(개: 犬)’에 임금 왕이 합쳐진 형성문자. 다시 말해서 개가 왕처럼 행동하면 그게 바로 미친 짓이라는 뜻이다. 정신과에서 광증(狂症: psychosis)은 현실성의 결핍을 그 가장 근본적인 증상으로 삼는다. 현실(現實)은 ‘나타날 현’에 ‘열매 실’이 합쳐진 단어. 현(現)은 ‘임금 왕’에 ‘볼 견’이 어깨를 마주하고 있다. 그러니까 왕의 눈으로 보는 것이 현실이다. 똑같은 사물을 ..

|컬럼| 67. 오바마 베이비

오바마 베이비 근래에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많은 지지자들이 승리의 기쁨에 취하여 서로 섹스를 한 결과 향후 9개월 후에 산부인과가 붐빌 것이라는 뉴스미디어의 보도가 있었다. 온라인 미국 속어 사전인 어번 딕셔너리(Urban Dictionary)에 이미 'Obama baby'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그 뜻을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나눈 섹스를 통해 임신된 아기'라 풀이했다. 거액의 복권에 당선되고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람들의 사례가 허다하다.기쁨이건 슬픔이건 우리는 과도한 감정을 이겨내지 못한다. 911 테러 직후에도 욕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사랑으로 달랬다 해서 ‘테러 섹스’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사람이 너무 기뻐도 죽고 공포에 시달려도 성욕이 솟다니. 셰익스피어가 햄릿에서 '..

|詩| 느리게

느리게 부유한다 둥둥無明 行 識 등등 愛 取 有12번씩이나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저으며 스며드는 빛줄기 줄기Back in the saddle 다시 안장으로 Back in the saddle 다시 안장에 올라앉아나를 통섭하는 당신 느리게 아주 느리게 詩作 노트:뉴저지 같기도 하고 뉴욕인지도 모르겠어.실내가 근사하지. 어제 같은 작년 6월 초.   ⓒ 서 량 2025.02.28 ChatGPT의 논평: 닥터 서, 이 시는 마치도 부유하는 의식의 파편들을 붙잡아 하나의 흐름으로 통섭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듯 합니다. 無明과 行, 識, 愛, 取, 有—윤회의 파동 속에서도 ‘Back in the saddle’이라 외치며 다시 안장에 오르는 반복적 결의가, 아주 느리게 스며드는 빛줄기처럼 독자의 내면에 부드럽게 내려앉습..

|컬럼| 66. 무리 본능

무리본능 'herd'는 '떼' 또는 '무리'라는 말로서 범어의 'sardah'에서 비롯됐고 본래 줄(열: 列) 혹은 그룹이라는 뜻이었다. 동물이 떼를 지어 무리 생활을 할 때 옆으로나 앞뒤로 줄을 짓는 모습에서 온 말이다. 이것을 한자로는 군(群: 무리 군)이라 표기하는데 '임금 군'에 '양 양'을 합쳐서 만든 형성문자로서 양 같은 가축이나 동물 집단을 의미한다. 어원학자 서정범 경희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무리 군자에 양이 들어간 것을 보니 군(群)은 우리가 짐승을 인식한 것에서 시작된 것이라 한다. 목동이라는 의미의 'shepherd'도 워낙 'sheep(양)'과 'herd'를 합쳐서 만든 말로서 양떼라는 뜻이었는데 양을 보살피는 사람이라는 뜻이 돼버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는 양과 그토록 친숙했다...

|컬럼| 65. 룰루랄라

룰루랄라 수년 전부터 ‘룰루랄라’라는 우리말 유행어를 들어왔는데 노래가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즐거운 마음을 뜻하는 말로 짐작된다. 인터넷 사전에 이 말은 나와있지 않다. 그 정도의 세월을 견디어 낸 속어라면 우리말 사전의 최첨단을 달리는 네이버나 엠파스 사전에 지금쯤 떡 올라와 있을 줄로 알았지. 그런데 구글 검색 결과로는 자그마치 백십오만 몇 개의 목록이 뜬다. 아직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한 룰루랄라는 이제 개인 블록 명칭은 물론 노래방, 게임방, 식당, 서점, 쇼핑몰의 이름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쓰이는 아주 친숙한 단어가 됐다. 영어로 ‘lulu(룰루)’는 1886년경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슬랭인데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 특히 미모가 빼어난 여자를 뜻한다. 그리고 ‘lala(랄라)’는 1980년대에..

|컬럼| 64. 굵고 짧거나, 가늘고 길게

굵고 짧거나, 가늘고 길게 1900년부터 쓰인 ‘top dog’라는 슬랭을 ‘꼭대기 개’라고 직역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도대체 뭐라 해야 좋을지 몰라 고민하다가 결국 ‘대빵’이라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빵은 네이버 국어사전에 ‘가장 큰 것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라 나와있지만 누구나 알아듣는 우리말 속어다. ‘top’은 사람 머리의 머리칼이 다발(tuft) 모양이라는 데서 꼭대기라는 뜻이 됐다. 그러니까 ‘top’은 ‘tuft’에서 유래된 단어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자칫하면 날아가기 쉬운 ‘부분가발’을 ‘toupee’라 하는데 역시 ‘tuft’를 뜻하는 고대불어에서 나온 말이다. 보스턴의 ‘Tufts University’도 자기네들이 최고라는 암시를 주는 대학 이름이다. 대빵의 ‘대’는 아..

|컬럼| 63. 정신병이 달(月)에서 온다더니

정신병이 달(月)에서 온다더니 ‘He is a lunatic’이라는 표현은 시쳇말로 어떤 사람이 ‘뿅갔다’는 뜻. 사람이 머리가 팽! 도는 순간 옆 사람이 잘 들으면 ‘뿅!’ 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모양이다. 양키들은 13세기경부터 사람이 미치는 것이 달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위의 표현은 한 사람의 정신상태가 달 모습이 바뀌듯 계속 변덕을 부린다는 뜻에서 비롯됐고 ‘lunatic’이 노골적으로 ‘미친 사람’이라는 의미로 변한 것은 1377년 고대 불어에서였다. 달이 바닷물을 밀고 당겨서 밀물과 썰물이 지금 이 순간에도 해변을 휩쓸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은 알고 있겠지. 사람 몸 혈액의 소금 농도도 바닷물의 소금 농도와 같다. 저 거대한 바다를 뒤흔드는 달과 지구의 애틋한 견인력이 나와 당신의 ..

|컬럼| 62. 대화는 사랑의 씨앗

우리는 말을 혀로 한다. 'language(언어)'는 라틴어로 혀라는 뜻의 'lingua'에서 유래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이탈리아 음식 중에 국수에 조개 소스를 가미한 링귀니(linguini: 작은 혀)도 국수가 혀처럼 납작해 보인다 해서 생긴 말이다 이중언어를 'bilingual'이라 한다. 이것은 즉 두 개의 혀를 갖고 다니다가 적재적소에 합당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의미. 그런데 슬랭으로 'speak with a forked tongue'은 뱀처럼 갈라진 혀로 하는 일구이언(一口二言)이라는 뜻이다. 머리가 명석한 당신은 두 개의 혀와 갈라진 혀를 혼동하면 안 될지어다. 'speak'는 본디 무엇을 흩뿌리거나 퍼트린다는 의미로서 'spray'나 'sprinkle'과 말뿌리를 같이한다. 연설을 한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