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485

|컬럼| 161. 어린이 놀이터

오랫동안 소식이 끊어졌던 친구에게서 어느 날 느닷없이 전화가 온 김에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치자. 요사이 뭘 하며 지내냐, 하고 물어 봤을 때 "응, 나 그냥 놀고 있지."라고 그가 대답했다면 그건 아무래도 백수건달로 빈둥대며 지낸다는 말이다. 이럴 때 우리가 무심코 쓰는 '놀다'라는 말은 좀 부정적으로 들릴 때가 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당신은 '놀다'에는 '쉬다'라는 좋은 의미가 숨어있다고 겸손한 표정으로 말할지도 모른다. 요컨대 '놀다'라는 단어는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인상을 풍기면서도 휴식한다는 뜻 또한 있는 것이 참으로 수상한 노릇이다. '노릇'이라는 말도 '놀이'나 '노름'처럼 '놀다'에서 생겨난 순수한 우리 말이다. 하다 못해 '노래'도 옛날 말 '놀애'처럼 '놀'자가 들어가고 심..

|컬럼| 151. 제정신

미국에 이미 뿌리박은 당신이 그 뜻을 잘 알고 있는 'sanity'라는 말을 우리말로 옮기기가 참 어렵다. 사전을 찾아보니 '제정신'이라 나와있다. 맞다. 'sanity'는 '온전한 정신'이라 하지 않고 '제정신'이라 해야 귓속에 쏙 들어온다. 'sane'과 'sanity'의 반대말은 'insane'과 'insanity'. 'Are you insane?'을 '너 제정신이 아니지?'라 하는 대신 '너 제정신이냐?' 해야 제대로 들린다. 양키들은 굳이 상대가 실성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반면 우리는 상대의 정신이 멀쩡하다는 사태를 확인하려는 심리가 어쩌면 그리 정반대일까. 영어와 우리말 표현이 늘 상반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친 짓을 한 사람에게 'Are you out of your mind?' -- 당신 정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