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무대조명 무대조명 당신이 눈길을 옮기는 동안누군가 구성지게 노래하는 무대나는 밝음을 단정 내리지 못한다미국 사람이 미국 노래를 부르는 무대등 뒤 거울이 반짝 반사하는 빛줄기왕~왕~ 울리는 무선 마이크로폰베이스 기타 음률에 화음을 넣는다 詩作 노트:한참 전 롱 아일랜드였어 소도시이름을 까먹은 무슨 호텔이었다 ⓒ 서 량 2024.09.16 詩 2024.09.16
|詩| 무대장치 무대장치 뺨에 힘이 저절로 들어가네은빛 마이크로폰 우뚝우뚝 서있는 무대바리톤 솔로 웃는 얼굴비행장을 으어어~♪ 노래하네 저도 몰래 낮게 신음하는 피아니스트 구슬픈 클라리넷 멜로디를 타고비행기 한대 붕 뜨는 캄캄한 무대배경 詩作 노트:2003년에 비엔나 근교 Linz 조그만 강당에서 동생이 내 詩에 곡을 입힌 ‘비행장’을 연주한 스토리다 이거 ⓒ 서 량 2024.09.14 詩 2024.09.14
|詩| 작곡발표회 작곡발표회 안개 자욱하다 어둑한 무대노래하는 여자들 목청 가다듬는 남자들piano, clarinet 아 혼성합창 혼성합창pianissimo, 매우 여리게 훅 들이키는 숨길우리들 앞에 속절없이 앉아있는 우리들 詩作 노트:20년 전 서울 동생 작곡 발표회에서 클라리넷을 불었다 동생 덕에 나발 불었다 그때가 생생하다 ⓒ 서 량 2024.09.13 詩 2024.09.13
|詩| 한참 전 일 한참 전 일 청춘이 밤을 지날 때거나 목마른 나무라는 제목이었을 거다 정진우 감독이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신성일 엄앵란 둘이서 서로서로 좋아하더라 흑백 영화가 당신을 감동시킬 때가 있지 세상은 어쩔 수 없는 천연색 영웅이 따로 없어요 그 당시 내 정신상태는 올데갈데없는 시정잡배였다 흑백의 신성일 엄앵란이 허름한 여관 비좁은 침대에서 불안해서 서로서로 몸싸움을 벌일 때 詩作 노트:내 나이 스무 살도 못된 시절에 신성일하고 엄앵란이가 내 청춘을 대변했다 신성일이 걸음걸이마저 흉내 냈다 ⓒ 서 량 2024.09.12 詩 2024.09.12
|詩| 대화 대화 말을 잠깐 쉬는 사이에 마음을 읽는다우리는 대충 쉼표에서 다음 소절을 예상한다차분해지는 얼굴 마주치지 않는 눈길行길 바 스탠드에서 커피를 마시며당신의 바코드를 스캔한다 詩作 노트:에드워드 호퍼가 한참 그림을 그리며 살던 맨해튼 남단 Greenwich Village 行길 그림 속에 들어갔다 ⓒ 서 량 2024.09,10 詩 2024.09.10
|詩| Times Square Times Square 거기에 가면 얼이 쑥 빠지는 거지Manhattan 7th Ave 42nd StBroadway 언저리 Shake Shack 햄버거빨간 플라밍고 S자 목이 늘 아프다는 거지 음, 음 하는 후렴패티 김 노래, 노래 언덕 위의 하얀 집통도사 가는 길에 깔리는 默音을 음미한다바람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거기에 가면 詩作 노트:아들놈하고 배가 출출해서 타임즈 스퀘어 길가에 앉았다늘 요란하면서 통도사 가는 길처럼 뼈저리게 적막한 곳 ⓒ 서 량 2024.09.09 詩 2024.09.09
|詩| 오누이 오누이 실비 내리는 창경원 큰오빠돌 연못 건너 집 숲 다 크다누이동생 발목양말 스르르 사라지는 사진 속 조막만한 존재들둘 다 양팔을 앞으로 구부렸어 교복에 교모까지 쓴 큰오빠도 詩作 노트:12살짜리 의사 큰오빠와 7살짜리 작곡가 누이동생이 연못을 바라본다 창경원에서 © 서 량 2024.08.10 詩 2024.08.10
|詩| 두 입 두 입 턱이 빠져도 좋다는데야대화는 去來 딜 deal 식사라도편도선 보인다아 하는 입 이슈 issue토끼 하마 둘 다 순 默音 묵음말소리 들리지 않네 전혀 詩作 노트:다시 Lower Manhattan 왁자지껄하게사진에 찍힌 사람들을 다 지워버렸다 © 서 량 2024.07.30 詩 2024.07.30
|詩| 흥분파 흥분파 문어는 심장이 셋에다가 뇌가 아홉 개래. 심장 하나는 여덟 개 발로 콸콸 피를 보내는 일을 따로 한대. 월드 트레이드 센터 언저리 길거리. 코뿔소, 하마 같은 성미 급한 동물들. 침착하게 앞발을 든 코끼리. 코끼리는 침착파, 툭하면 자기 가슴을 쾅쾅 두들기는 고릴라와 문어를 흥분파로 분류했다. 고릴라는 그렇다 치더라도 문어는 왜? 하고 당신은 물어보겠지. 그거 옛날부터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징. 詩作 노트:Lower Manhattan 자유여신상이 횃불을 치켜드는 모습이 보이는 한여름 오후 언저리였어 사람들이 왕창 떠드는 곳이 © 서 량 2024.07.29 詩 2024.07.29
|詩| 군대 스타일 군대 스타일 안경을 벗었다 썼다순 군대식 정신집중당신 머리를 겨냥하는저 長銃 개머리판상처 받은 사람들이 상처를 치료하다니마구 구겨진 군복바지 알맞게 헐렁하다 詩作 노트:군의관 훈련병 시절, 이를테면 살벌한 전쟁터에서적군을 총살한다거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 서 량 2024.07.27 詩 2024.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