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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타고난 행복

타고난 행복 산 타는 사람들은 산과 사람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알고 싶어하지 처음부터 산을 정복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산을 주름잡으며 넓은 보폭으로 산마루를 넘어보세요 행동자는 결코 관찰자가 될 수 없다 객관은 늘 주관을 따라가기 마련이지 맞아요 저 차가운 신의 표정만 봐도 얼른 알 수 있어요 그래도 당신은 기어이 산을 타겠다고요? 詩作 노트:14년 전에는 좀 횡설수설했다 그냥 본 대로 느낀 대로 쓰면詩가 되는 줄로 알았지 이제는 되도록 말수를 줄이기로 한다  © 서 량 2011.03.28 – 2025.04.07

2025.04.08

|詩| 물고기 듀엣

물고기 듀엣 거무튀튀 빨간 흰 바탕 비단잉어  찌르르 전기가 통하는 동안 첫 소절 시작 박자 흡, 들이마신 후 척척 진행하는 재즈式 不協和音 물결에 휩쓸리는 바이올린 高音 조곤조곤 입질하네 못 참겠어 내 우울한 잉어꼬리 作動方式 사방팔방 무릎이 꺾이는 동안 거무튀튀 빨간 흰 바탕 비단잉어 詩作 노트:이 詩는 2007년 여름 ‘물고기 합창단’이라는 제목으로 썼다가, 다시 2021년 여름 수정했다가, 2025년 1월에 다시 썼다. 제목을 바꿨지. ⓒ 서 량 2025.01.25

2025.04.08

|詩| 물고기 합창단

파도가 철버덕철버덕 옆구리를 때리는 동안 생선 가시가 입천장을 콕콕 찌르는 동안 내 연삽한 유년기 그림책에서 뛰쳐나온 새빨간 금붕어며 말로만 듣던 울긋불긋한 비단잉어며 전기 찌르르 오르는 거무죽죽한 뱀장어며 미끈한 민물 미꾸라지들이  지휘자 눈치를 잘 살피고 잔기침도 참아가며 긴장한 표정으로 첫 소절 첫 소리를 읍! 하며 한 박자 쉬고 곡을 시작하네요 순 재즈 식 불협화음이지 당신이 할 말이 많을 때 터지는 그런 불협화음이지 물론 바다에 금붕어들이 버글거렸다 말도 안돼 파도에 휩쓸리며 금붕어들이 바이올린 멜로디에 박자 맞춰 내 팔뚝이며 허벅지에 조근조근입질하고 있어 간지러워요 웃음이 나와아무리 참으려 해도 못 참겠어 물고기들이 노래할 때 꼬리지느러미를 같은 포지션으로 잡고 몸을 흔드네 훌륭해 아주 좋아요..

2025.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