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와 숙녀 바람 부는 가을날 맨해튼 중부쯤 어느 북적거리는 레스토랑 같은 데서 화장실을 가노라면 배설행위의 남녀 유별이라는 도시적 질서와 시책 때문에 자신의 성(性)을 명심하며 도어를 확인해야 한다. 공자왈,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우리는 치마와 바지를 단정하게 입은 만화 같은 아이콘을 힐끗 체크하지만 굳이 'Ladies' 혹은 'Gentlemen'이라는 텍스트가 지성인들의 분별력을 도와준다. 숙녀나 신사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은 배설 장소를 선택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꼭 신사와 숙녀라야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개념은 인류 인권위원회에 회부돼야 한다. 근래에 위선을 싫어하는 풍조에서 'Women'과 'Men'이라고 쓴 간판도 허다하지만. '숙녀'와 '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