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65. 룰루랄라 수년 전부터 '룰루랄라'라는 우리말 유행어를 들어왔는데 노래가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즐거운 마음을 뜻하는 말로 짐작된다. 인터넷 사전에 이 말은 나와있지 않다. 그 정도의 세월을 견디어 낸 속어라면 우리말 사전의 최첨단을 달리는 네이버나 엠파스 사전에 지금쯤 떡 올라와 있..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08.10.16
|컬럼| 64. 굵고 짧거나, 가늘고 길게 1900년부터 쓰인 'top dog'라는 슬랭을 '꼭대기 개'라고 직역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도대체 뭐라 해야 좋을지 몰라 고민하다가 결국 '대빵'이라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빵은 네이버 국어사전에 '가장 큰 것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라 나와있지만 누구나 알아듣는 우리말 속어다. 'top'은 사람 머리..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08.10.13
|컬럼| 62. 대화는 사랑의 씨앗 우리는 말을 혀로 한다. 'language(언어)'는 라틴어로 혀라는 뜻의 'lingua'에서 유래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이탈리아 음식 중에 국수에 조개 소스를 가미한 링귀니(linguini: 작은 혀)도 국수가 혀처럼 납작해 보인다 해서 생긴 말이다. 이중언어를 'bilingual'이라 한다. 이것은 즉 두 개의 혀를 갖고 다니다가 적재적소에 합당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의미. 그런데 슬랭으로 'speak with a forked tongue'은 뱀처럼 갈라진 혀로 하는 일구이언(一口二言)이라는 뜻이다. 머리가 명석한 당신은 두 개의 혀와 갈라진 혀를 혼동하면 안 될지어다. 'speak'는 본디 무엇을 흩뿌리거나 퍼트린다는 의미로서 'spray'나 'sprinkle'과 말뿌리를 같이한다. 연설을 한다는 것..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08.10.08
|컬럼| 61. 이긴다는 것은 'victory'는 전쟁에서 남의 나라를 쳐들어가 그 땅을 정복한다는 의미의 14세기 라틴어 'vincere'에서 왔다. 'win'도 승리한다는 말. 얼른 들으면 같은 뜻처럼 들리는 'victory'와 'win'은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어원에서 왔다. 전쟁에 승리했을 때는 'victory'라 하고 올림픽 경기에서 이겼을 때는 'win'이라 하지. 정복..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08.10.03
|컬럼| 60. 신(神)과 귀신 요새처럼 찜통 더위에 귀신에 대한 얘기를 해서 당신의 등골을 서늘하게 해 주리라. 소름이 오싹오싹 끼치게는 못한다 치더라도. 혼, 영혼, 정령, 혹은 귀신이라는 뜻으로 'ghost'가 있지. 카톨릭교의 성부, 성자, 성신에서 성신을 'Holy Ghost'라 한다. 비슷한 발음의 고대범어로 'ghoist'는 흥분하거나, 놀라..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08.10.01
|컬럼| 59. 일본인들의 곤조 집에서 편하게 입는 헐거운 옷, 남자의 느슨한 잠옷이나 여자의 긴 원피스를 뜻하는 'robe'라는 단어를 당신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1275년경에 고대 불어와 독일어에서 '전리품'이라는 뜻이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robe'는 워낙 전쟁에서 이긴 병사들이 빼앗아 입은 적국 사람들..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08.09.27
|컬럼| 58. 바보 천치 바보 혹은 천치를 의미하는 영어의 'idiot'는 14세기경 희랍어로 'idiotes'라 했는데 원래는 '평민' 혹은 '개인적인(private)'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당시에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았고 사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차별을 받았다. 우리의 선조들도 국록을 받는 양반과 개인 영업을 하는 상인들을 다른 눈으로 보았다. 고대불어에서 'idiote'는 교육을 받지 못한 무식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라틴어에서도 'idiota'는 프로페셔널이 아닌 갑남을녀를 지칭했다. 그러나 17세기 말에 'idioma'라는 단어가 파생됐는데 관용어나 숙어라는 뜻이었다. 현대어로 'idiom'이라 한다. 공인과 개인을 차별하는 사고방식이 아직도 군대에서는 엄연히 존재한다. 계급이 높은 장교를 '..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08.09.19
|컬럼| 57. 늑대 사랑 고대영어로 'love'를 'lufu'라 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사랑'은 누구나 얼른 쉽게 알아듣는 말이다. 처음에 동사로 쓰이다가 '애인'이라는 명사의 뜻이 생긴 것은 1225년. '성교하다'라는 의미의 'make love'는 1580년경에 은유적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아주 노골적인 용법으로 대두된 것은 미국영어에서 1950년대부터다. 우리말 사전에 '사랑'은 1.남녀가 서로 끌려서 좋아함; 2.남을 돕고 이해함; 3.사물을 소중하게 아낌; 4.부모 자식간이나 위 아래 사람들이 서로 귀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대별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도 고대 희랍인들이 사랑을 1.색정(eros); 2.호의(agape); 3.좋아함(phileo); 4.부모자식간의 유대감(stergo)의 네 가지 유형으로 구별하던 사고방식이나..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08.09.11
|컬럼| 56. dot come 시대 'com'은 '같이' 또는 '함께'라는 라틴어 접두사로 영어에 자주 쓰인다. combine(결합하다), companion(동반자), communication(의사전달), 그리고 하다 못해 communism(공산주의)도 다 'com'으로 시작한다. 음악을 전공으로 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forte'가 '강하게'라는 뜻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comfort'는 '함께 강하게 ..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08.09.01
|컬럼| 55. 달리는 물과 흐르는 물 물이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영어로는 'running water(달리는 물)'이라 하고 우리는 '흐르는 물'이라 일컫는다. 콧물이 흐르는 것도 영어로 'runny nose(달리는 코?)'라 한다. 이렇듯 서구적인 'run'은 급하고 적극적임에 반하여 동양적인 '흐르다'는 여유만만하고 느릿느릿하게 중력의 힘을 빌려 움직이는 소..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08.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