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490

|컬럼| 81. 자살의 의미

자살을 영어로 'suicide'라 한다. 'sui'는 라틴어의 'self(자기)'라는 뜻이고 'cide'는 '자르다(cut)'라는 의미니까 'suicide'는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다는 말. 한자로는 '자살'이라고 하는데, 우리 고유의 말에는 이 단어에 해당하는 명사가 없다. 우리에게 자살이라는 개념은 혹시 중국에서 빌려온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cide'가 목숨을 끊거나 자른다는 의미로는 'suicide' 외에도 'homicide(타살); genocide(인종학살); patricide(살부); infanticide(영아학살)' 같은 어휘들이 즐비하다. 'decide'는 결정한다는 말이다. 한 양키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양쪽을 잘 분석해서 한쪽을 과감하게 짤라 내야 결론이 나오지 않겠는가. ..

|컬럼| 79. 잃어버린 마음과 빼앗긴 마음

'lose heart'는 낙심(落心)한다는 말이다. 마음을 분실 당했다는 의미다. 마음 주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 마음을 되찾아야 하는데 그 행동을 'take heart' 즉 '용기를 낸다' 한다. 두 관용어가 다 'my' 또는 'your' 같은 소유격이 들어가지 않는 점에 당신은 유의하기 바란다. 즉, 'Don't lose your heart' 또는 'Take ..

|컬럼| 76. 꽃샘추위

꽃샘추위는 영어로 번역이 불가능한 우리만의 독특한 어휘다. 봄이 다가오면서 꽃들이 저마다 울긋불긋 고개를 처들 때 그 아름다움을 시샘해서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며 기온을 떨어뜨려 사람들을 추위에 덜덜 떨게 하는 기후현상을 우리는 꽃샘추위라 부른다. '시새움'의 약자인 '시샘'은 자기보다 나은 사람의 우월성을 미워하고 싫어함을 뜻하는데 한자로는 시기(猜忌)라 한다. 당신은 단테의 신곡(神曲) '연옥'편에서 살아 생전 시샘이 많았던 영혼들이 벌을 받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 샘꾸러기 영혼들은 눈까풀이 철사로 굳게 꿰매져서 아예 처음부터 남이 잘 되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형벌에 시달린다. 그들은 죽어 앞 못 보는 장님이 되는 것이다. 기독교의 7대 죄악에 '시기'가 들어가고 유교의 칠거지악에는 '질투'가 들어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