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의 기약 / 윤영지 17년의 기약 윤영지 늦은 봄, 나무 밑 땅바닥에는 숱한 구멍들이 뚫려있었다 고개를 갸우뚱, 무슨 동물이 그랬을까 쥐 아니면 뱀, 아니면… 초여름, 아침부터 미국매미(Cicada)들이 요란하다 여름 정취를 느끼던 한국 매미와 달리 경계경보와 같이 사람을 바짝 긴장시키던 한 달 남짓 온 동..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8.16
여허러분 (윤복희님 노래 제목) / 황재광 여허러분 (윤복희님 노래 제목) 황재광 결국, 마지막엔, 최후엔, 종국에는, 궁극적으로 결론을 내놓으라고 하네요 마지막엔 언제나 진실이 드러난다고 이전의 이야기는 잊어버리라고 한다 메타피지컬한 생각 습관의 한계 <!--[if !supportEmptyParas]--> 기만???<!--[endif]--> 도착하지 않기..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8.11
그녀의 이름은 / 윤지영 그녀의 이름은 윤지영 파랗던 하늘이 얼굴을 바꾼다 하늘은 누군가에게 고통의 종합상자를 선물로 보내기도 하는 건지 갚아야 할 빚을 목발처럼 짚고 살던 그녀가 엄마를 만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하루치 집을 짓기위해 짙은 화장을 하고 머리색을 바꿔야 했던 고단함이 이슬이 되었..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8.02
꽃이어서 다행입니다 / 윤지영 꽃이어서 다행입니다 윤지영 모래바람 가득한 어린이 놀이터 옆 미끄럼틀과 그네를 번갈아 오르내리며 꽃 사세요 꽃 사세요 ! 꿈을 꾸기에도 아직 어린 꽃잎들이 간판도 없는 이 꽃가게의 주인입니다 두살 막내와 벌겋게 부어오른 엄마의 다리를 그늘에 뉘여놓고 제 몸보다 더 무거운 오..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8.01
쉼표가 필요해... / 윤영지 쉼표가 필요해… 윤영지 띄어쓰기도 행간도 없이 빼곡히 알아보지도 못할 깨알로 꽉 차있는 어제까지 푸른 하늘 하얀 구름이 마침내 앞을 막아서 찍힌 쉼표 쉼표 여백 침묵 빈 백지의 내일 그리고 말없음표… 2013. 7. 26.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7.27
살아있는 아침 / 윤영지 살아있는 아침 윤영지 나무들도 거기 있었고 햇살도 분명 거기 있었건만 오늘 아침따라 유난히도 선명한 윤곽으로 빛이 난다. 자동차 유리창을 내리고 한껏 들이마시는 신선한 아침. 머리 속까지 시원해져오는 맑음, 그 얼마만인가. 그들은 그 자리 그대로 있었건만 바라보지 못하고 느..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6.13
써니 싸이드* / 임의숙 써니 싸이드* 임의숙 꽃이 피는 소리입니다 톡,톡,탁,탁 일기예보는 믿지마세요 슬픈날과 기쁜날과 상관없이 마주친 눈 인사는 습성입니다 물컹 속 다 보이는 바닥은 캄캄한 사막의 동공 어제의 비밀을 찾아 나비가 날아오고 벌이 날아오고 발화는 방울방울 튀어야 하는 법 짜디짠 소금..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6.12
산들바람 / 윤영지 산들바람 윤영지 이제는 어른이 되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아들들아 자주 얼굴을 대하지 못할지라도 이 어미 산들바람 되어 너희들의 송골땀 맺힌 이마를 식혀주련다 개나리 동산 반 백 년 넘도록 지내오신 한 동네 한옥 팔고 언덕 너머 콘크리트 아파트로 이사가신 부모님 자주 뵙지 못..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4.30
Dream Catcher / 윤영지 Dream Catcher 윤영지 야생마의 갈기 휘날리며 투둑 투둑 – 대륙의 고동이 뛴다 굵은 팔뚝으로 화살을 겨냥하던 인디언 용사가 잠이 든다 열매 찧어 물 들이며 설레는 마음 한 가닥 한 가닥 바구니 엮던 구리빛 살결 소녀가 잠이 든다 쉬이 — 달콤한 밤바람, 꿈결을 드나드는데 밤을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4.28
축제 / 최양숙 축제 최양숙 이른 새벽 봄을 낚는 그물에 기장 앞바다가 걸려있다 먹이사슬 맨 아래 천적을 피해 떼 지어 다니던 멸치의 꿈은 푸른 등을 타고 솟아오르고 그물 터는 어부들의 입장단에 축제는 시작된다 쌍끌이 어선 속 방수 우비에 지친 속내 감추고 겨우내 시름을 털어내면 끝내 움켜쥘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