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축제 / 최양숙

서 량 2013. 4. 27. 03:18


축제


                             최양숙 

 


이른 새벽 봄을 낚는 그물에

기장 앞바다가 걸려있다

먹이사슬 맨 아래 천적을 피해 떼 지어 다니던

멸치의 꿈은 푸른 등을 타고 솟아오르고

그물 터는 어부들의 입장단에 축제는 시작된다

 

쌍끌이 어선 속 방수 우비에

지친 속내 감추고 겨우내 시름을 털어내면

끝내 움켜쥘 수 없는 것은 그물망을 빠져나가고

수명을 살아내지 못한 멸치는 창공을 향하여

투명한 비늘에 빛을 모아 꿈을 산란한다

 

집어등의 빛을 향해 봄 바다를 날다가

그물에서 털어지자마자 순간을 날고

일순에 지는 봄꽃인양 멸해서 멸치다

부두 횟집 손님 혀끝에 핀 은백의 개나리는

산란의 꿈을 이식한다

 

 

* 대한민국의 멸치 어획고의 60%를 차지하는 부산 기장군은 봄에 멸치축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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