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한 토요일 아침 / 윤영지 Normal 0 0 2 false false false EN-US KO X-NONE MicrosoftInternetExplorer4 심란한 토요일 아침 윤영지 반쯤 녹고 반쯤 얼은 동네길을 걷는다 반쯤 억지로 긍정적이고 반쯤 솔직히 떨떠름한 속 마음이 밟힌다 두 뺨 아리던 칼바람이 잦아들었는데 내 가슴은 왜 이리도 쑤셔대는지 남은 눈가루 모처럼 햇빛에..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1.27
소식 / 송 진 Normal 0 0 2 false false false EN-US KO X-NONE 소식 송 진 한 층 내려앉은 잿빛 허공이 곰삭은 낙엽 향에 휘말려 허물어져 내리면 천지 가득히 부려지는 나그네들 주인에게 버림받고 먹잇감을 찾아 방황하는 검은 고양이 어리둥절하여 올려다본다 빗줄기가 지나친 추녀 밑 그늘도, TGIF*에 달뜬 가슴..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1.22
자판기 / 송 진 자판기 송 진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공들여 포장한 자신을 정중히 두 손으로 바친다 종합보험 에이전트 무한 경쟁의 시대에 한없이 작아져서 어느 틈새에나 끼어들어 팔지 않으면 안 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자의 미소를 입고 불 꺼진 동굴에 전류를 불어넣기 위하여 항상 크..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3.01.06
맑은 새벽 / 윤영지 Normal 0 0 2 false false false EN-US KO X-NONE MicrosoftInternetExplorer4 맑은 새벽 윤영지 많은 이들이 너도 나도 저어놓은 혼탁함 속에 허우적거리다 뽀얗게 가라앉으며 솟아오르는 맑음! 산소의 기포가 불꽃놀이로 살아나고 잊었던 그의 부름이 환히 밝아오는 또 다시 살아남의 감사. 2012. 12. 27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2.12.27
난해한 겨울비 / 송 진 Normal 0 0 2 false false false EN-US KO X-NONE MicrosoftInternetExplorer4 난해한 겨울비 송 진 겨울비가 내린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가든스테이트 플라자 선물꾸러미로 머리를 가리는 옹졸한 어깨 위에 찬비가 내린다 명동 뒷골목 구세군의 고적한 손끝에서 달아나는 종소리를 싸리비처럼 몰아치던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2.12.26
12월의 기도 / 임의숙 12월의 기도 임의숙 1월 하얀 첫 발자국이 2월 설레는 얼음빛에 미끄러지지 않게 하소서 3월 목련 숨소리 대지의 귀를 열 때 4월 연두 휘파람 구름으로 흐르게 하소서 5월 라일락 향기 스미는 사랑마다 6월 착한 햇살에 웃게 하소서 7월 붉어진 광대들 얼굴마다 8월 소나기에 울게 하소서 9월..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2.12.22
날벼락 / 송 진 날벼락 송 진 세상의 모든 격한 소리들은 가장 깊은 곳에 은폐되었다가 오랜 침묵으로 숙성되고 정화된 후 바람에 실려 돌아오나 보다 물결 사이로 나뭇잎 틈새로 한적한 바닷가 모래밭에 팔벼게 하고 누워 구름이 연주하는 무늬 따라 마음을 열자 파도는 쉬임없이 화음을 실어나른다 6.2..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2.12.19
포도를 으깨다 / 최양숙 포도를 으깨다 최양숙 고목의 마른 가지 위 분홍빛 테두리에 감긴 잎이 태초의 기운처럼 솟았습니다 쏟아지는 빗물에 미역을 감고 뜨거운 해에 말려가며 농부의 얼굴에 서린 붉음을 삼켰습니다 시계방향으로 비틀린 가지에 침묵을 담았습니다 생명선의 손금이 길게 퍼진 넓은 잎사귀에..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2.12.15
11월의 당신 / 윤지영 11월의 당신 윤지영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곳 그곳은 11월에 꽃이 핍니다 낮에는 눈부신 햇살이 낮게 내려오고 촛불 일렁이는 밤에는 간간이 거룩한 노래 소리도 들려옵니다 겨울 눈발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내려앉던 밤 그 환환 곳 찾아가던 당신의 두 눈은 너무나 어둡고 불안해 우리는 쉽..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2.11.27
직립여행 / 송 진 직립여행 송 진 나 죽거든, 똑바로 세워 묻어 주게나 저승 노잣돈 움켜쥐고 편히 누워 자느니 지옥 같던 광화문 정류장에서 구세주처럼 기다리던 수유리행 버스 창가에 서서 세상구경하며 가려네 남과 북이 종당엔 촛불을 끄고 합방을 하기는 할 것인지, 홀로된 집사람 징징거리며 울다..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