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305

팔십일세 소녀 / 윤영지

팔십일세 소녀 윤영지 영정사진에 칼바람 부딪히던 이월이 혹독히 지나가고 남은 식구들 바라보는 무성한 푸른 잎에 햇볕이 쏟아진다 지난 달력을 뜯어내고 창 밖으로 계절이 바뀌어도 무심한 일상 이제는 서는 것 조차, 한 걸음 내딛기조차 버거워진 시어머님 세월의 속절없음과 육신의 소진에 의지를 내어주고 야속히도 온 마디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는 통증 눈부신 햇살이 거슬려 커튼 치고 누워계시다가도 찾아가 두 손 잡으면 잔잔히 살아나는 환한 미소 알아보심이 얼마나 감사한지 또박또박 옛이야기 나눔이 어찌나 고마운지 주님께 의지하며 찬송부르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머, 그랬니~” 맞장구치시며 수줍게 웃으시는 고운 소녀 티없는 맑음이 돌아서는 발걸음 내 마음 한 켠을 짠하게 한다. 2016. 7. 3.

돌풍 속에서 / 윤영지

돌풍 속에서 윤영지 한 때는 희망이요 도전이요 자극이었던 미지의 내일이 벼랑 끝 끄나풀 매달려 흑암에 휩싸이는 불안일 수도 있었네… 무심코 당연시했던 지극히 평범한 어제가 결코 만만치않은 오늘일 수도 있었네… 시위를 떠나 가늠할 수 없는 과녁으로 날아가는 시간을 담담히 바라보려 거듭 속내 다짐하며 머언 하늘만 바라보네. 2016. 1. 12.

겨울 준비 / 윤영지

겨울 준비 윤영지 이른 새벽 길을 나서니 가을을 벗고 겨울을 입고있다 휑하니 쓸고 지나는 바람 나는 무엇을 입지… 다 새어나가 썰렁히 남은 빈 손… 기운내어 바라본 마알간 초겨울 하늘 온기를 품어 미소어린 추억이 솜구름으로 피어오른다 구름에서 실을 자아내어 한숨과 불안은 바늘로 꼬옥 찍어눌러 자그마한 감사와 가녀린 희망을 조각 조각 이어나간다 한 뼘씩 늘어가는 조각보가 있어 춥지 않을 겨울을 꿈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