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일세 소녀
윤영지
영정사진에 칼바람 부딪히던 이월이 혹독히 지나가고
남은 식구들 바라보는 무성한 푸른 잎에 햇볕이 쏟아진다
지난 달력을 뜯어내고 창 밖으로 계절이 바뀌어도 무심한 일상
이제는 서는 것 조차, 한 걸음 내딛기조차 버거워진 시어머님
세월의 속절없음과 육신의 소진에 의지를 내어주고
야속히도 온 마디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는 통증
눈부신 햇살이 거슬려 커튼 치고 누워계시다가도
찾아가 두 손 잡으면 잔잔히 살아나는 환한 미소
알아보심이 얼마나 감사한지
또박또박 옛이야기 나눔이 어찌나 고마운지
주님께 의지하며 찬송부르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머, 그랬니~”
맞장구치시며 수줍게 웃으시는 고운 소녀
티없는 맑음이 돌아서는 발걸음
내 마음 한 켠을 짠하게 한다.
2016.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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