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쥐와 입 / 임의숙

서 량 2015. 8. 20. 00:56


쥐와 입


                    임의숙



나는 먹을 수 없는 것을 당신은 먹을 수 있을 때

당신이 먹을 수 없는 것을 나는 먹을 수 있을 때

햄버거를 베어 먹는 시간이였고

핏자를 잘라 먹는 시간이였고

같은 시간 또는 조금 늦은 시간에 우리는 한 자리에 앉는다.

나는 어슬프고 어색해서 눈칫밥을 쪼개 먹었고

용감하고 당당한 당신은 핀잔 부스러기를 주워 먹었고

나는 쳇증에 가슴이 답답하고

당신은 변비에 배가 덥수룩하고

나는 뜀을 뛰면서 건너 가고

당신은 돌아서 달려 가고

당신도 먹을 수 없는 것을 나도 먹을 수 없는 것을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맛있게 먹었고

나는 귓밥에 돋는 두드러기 때문이라서

당신은 눈겹에 돋는 종기 때문이라서

알레르기성 기름방울들은 둥둥 떠 다녔다.

우리는 입맛을 다셔야만 침이 고였고

맛이 희안한 별들은 그리기가 어려웠고

손톱 끝의 안간힘들은 굳은살로 쌓여가고

무뎌진 별을 그리는 그림은 자꾸만 삐뚤어지고

그들의 목소리는 우렁차서 빛이나고

그들의 방귀는 달콤하게 진동하고

그럴 때마다 입과 마우스는 구분 할 수 없고

황금별은 점점 더 멀어지고

억울하다며 몇 몇 이웃들은 소문난 맛집을 찾아 떠났고

당신과 나는 우리라는 단어만 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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