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독백 / 임의숙

서 량 2016. 4. 8. 04:05



독백



                  임의숙




목에 걸린 가시를 뽑고 싶었어

침을 삼켜보아도 물을 마셔보아도 

입안의 공기는 쉬 쉬, 낯이 설어

어제는 흰구름을 따다가 따스하게 넘겨보았어

아프거나 부어오르진 않았지만

버석한 녹물이 번지고 있었어.

마른 가려움이란 참을 수 없는 것인지

어깨가 들썩이고 팔이 꼬였어

저러다가 부러지겠구나 싶을

목련은 허공을 구르며 온 몸을 긁어댔어

철 지난 신음소리는 하얗게 

부드러운 눈송이가 내리고.

서리맞아 변심한 꽃잎들의 말 

무심한 듯 표정없는 이웃 고양이처럼

목련을 쳐다보다가 만져보다가 뚝,

한 줄기 문장을 꺾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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