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개구리와 깨구락지
1
구름낀 하늘이 불안해요 금새 무언가 쏟아질 것같은 창틀을 닦고 유리창을 갈았어요. 성에가 남긴 시각은 뿌옇게 무뎌졌고 금이간 청각은 또렷해진 유리창, 이중으로 겹을 둔 것에는 든든 합니다만 아지랑이 입술이 스치는 날에는 꼭 다문 의지가 느슨해져요. 칙칙 폭폭 기차역 갈대숲에는 헛소문이 들었다 떠났어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연못은 살얼음 창, 쨍 하고 깨지는 날에는 커다란 스피커가 울려요. 한 방울 두 방울 방울방울 비가 고이면 연못은 한 마리 두 마리 업힌 울음들이 울음을 업어요 그 무거운 울음들이 뭉치기 시작하면 우르르 탕탕 7.0의 지진이 일어요. 깨굴깨굴 깨굴깨굴 두 팔과 다리를 모아 힘껏 헤엄쳐와요 깨굴깨굴 깨굴깨굴 흠뻑 젖은 울음들, 할닦이는 시계의 초침이 뻐끔뻐끔 아득해져요 희미해지는 새벽 끝을 붙잡고 설잠에 들어요. 봄마다 찾아오는 알레르기성 퉁퉁 부은 불면증을 앓아요.
2
구름낀 하늘이 흐믓해요 금새 비라도 쏟아질 것같은 창문을 열어두었어요. 바람의 헛기침을 흘려 버릴까봐 귀먼 뽀복이의 흔적을 말끔히 지웠어요 통통한 햇살이 대굴대굴 굴러 올 거예요. 멀리 기차역에서는 칙칙 폭폭 소식들이 헛탕을 치지만 아직 이른 마중은 살짝 미뤄둘래요 숨죽인 기다림은 방울 방울 첫 방울들의 설레임처럼 물 위에 뜬 가뭄을 적시며 청각의 문은 환희 열릴거예요. 개굴개굴 개굴개굴 분주해진 물가에는 아기 염소 껑충 뛰어 올라요 풍덩풍덩 물방개와 우렁이 새집을 짓고요 심술난 미꾸라지 흙탕물을 헤집어요 죙일 몰려다니는 올챙이들 술래놀이 간지러워 진흙속에 빠져들던 아버지의 허리가 활짝 웃어요. 거머리떼 딱지진 자리 마를날 없이 두렁두렁 담배연기 결진 저녁이 노곤해진 초록잠에 들어요.별꽃 흐트러지는 하늘에는 개굴개굴 개굴개굴 쉬지 않는 울음들, 진흙 속 남겨진 아버지의 발자국마다 꾹 꾹 고이는 향기가 물꼬튼 새벽으로 흘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