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윤지영
저녁무렵
낡은 의자 하나 문밖에 서서
쓰레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한 번도 부풀어보지 못한 가슴
생에 단 한번 따뜻하게 쓸어준 손
헐거워진 뻐마디마다 들어찬
그 하나의 기억을 안고
하루를 사는건
하루를 앓는거였지
등에 난 상처들은 잊어버리고
눈에 보이는 것들과는 화해를 하며
한 때 바람을 가르던 굵은 나이테
은은한 조명 아래 빛나던 얼굴
폭신한 초록의 기억들이 아직
노쇠한 귀퉁이에 수액처럼 남아
어긋나는 관절들을 달래고 있다
뜨거운 하루를 식히고 돌아가던 석양 빛
잠시 낡은 의자에 앉아있다
의자는 생의 마지막 무게를
휴식처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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