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의자 / 윤지영

서 량 2015. 9. 8. 03:07


의자

 

                     윤지영


 

저녁무렵

낡은 의자 하나 문밖에 서서

쓰레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한 번도 부풀어보지 못한 가슴

생에 단 한번 따뜻하게 쓸어준 손

헐거워진 뻐마디마다 들어찬

그 하나의 기억을 안고

 

하루를 사는건

하루를 앓는거였지

등에 난 상처들은 잊어버리고

눈에 보이는 것들과는 화해를 하며

한 때 바람을 가르던 굵은 나이테

은은한 조명 아래 빛나던 얼굴

폭신한 초록의 기억들이 아직

노쇠한 귀퉁이에 수액처럼 남아

어긋나는 관절들을 달래고 있다

 

뜨거운 하루를 식히고 돌아가던 석양 빛

잠시 낡은 의자에 앉아있다

의자는 생의 마지막 무게를

휴식처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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