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가을 / 윤영지 6월의 가을 윤영지 무엇을 입어야 시원할까 망설이고는 했던 6월이 올해는 몇 번이고 주춤하고는 한다 그 멈칫함이 연이은 급회전으로 과열되어있는 내 심신에는 쉬어가는 바람이다 알록달록 반짝이던 어르신들의 젊은 날들 소리 없이 사그러져감을 지켜봐야하는 안타까움 오늘 잠시 머..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5.06.20
어떤 비밀 / 윤지영 어떤 비밀 윤지영 하늘 빛 푸르다 그 푸른 빛 한 토막을 잘라 제단위에 올린다 밤새 방안 가득 출렁이던 시퍼런 바닷물 한 자락도 올린다 침묵하고 있던 바람도 한 접시 시린 발 밑으로 오후의 햇살이 도망치듯 달아난다 얼굴을 가리고 불어오는 미풍에 어린 꽃잎 몆 떨어지자 서둘러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5.05.18
하얀 침묵 / 임의숙 하얀 침묵 임의숙 아주 어릴 적 그 가지를 꺾은 적이 있습니다 뭣 모르고 꺾었습니다 새벽 안개처럼 어머니의 동공이 흔들릴 때 말 없는 이별이 무서웠습니다 조금 어릴 적 꽃 몽우리 손바닥에 피웠습니다 알듯 모를 듯 침묵은 멀리 달아난 나비처럼 꽃이 피는 시기를 알지 못해 흔들렸습..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5.04.20
채널 214 / 임의숙 채널 214 임의숙 기상을 예상하기란 얼마나 쉬웠던지, 때론 거짓말이 장난이 아니였어 튀어나오는 광고들은 모두 필요해 연금을, 자동차를, 알러지를, 변호사를, 감기약을, 은행들을 그들을 모두 수습해놓으면 분명 오늘은 쨍 하고 해 뜬 날이지 랄리팝의 동그란 얼굴을 더듬거리며 핥고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5.04.10
과로 중독 / 윤영지 과로 중독 윤영지 햇살 가득한 그러나 살짝 바람 있는 그런 오후에 옷장에서 봄옷 챙기고 홀로 마신 커피 잔 닦으며 내다보는 부엌 창 비집고 나오는 크로커스 싹과 눈 마주치며 선뜻 스쳐가는 생각 어, 내가 이렇게 여유로워도 되는 건가 몇 달 만의 지극히 평범한, 아주 잠깐의 한가로움..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5.04.07
임플란트 / 송 진 임플란트 송 진 주위를 맴돌던 검은 새 하나 돌연 무언가를 향하여 급강하한다 청량리역을 두드려 패던 미군 색색이처럼 우리는 지하 하수로 안에 숨어 악취와 허기에 지쳐 형벌이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할 때 지구의 어느 곳에서는 화려한 파티가 열리고 누군가는 실연에 울고 또 누구는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5.03.08
커 간다는 것은 / 임의숙 커 간다는 것은 임의숙 사거리 전봇대에는 길 잃은 시츄 한 마리가 나비 넥타이를 매고 웃고 있습니다 전화번호 옆에는 150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었습니다 아이: 불쌍해, 어디로 갔을까 엄마: 그러게 아이: 나쁜 사람들이 훔쳐 갔을까 엄마: 글쎄다 아이: 내가 찾으면 상금은 안 받을 거야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5.02.16
Mute와 Pause / 윤영지 Normal 0 0 2 false false false EN-US KO X-NONE MicrosoftInternetExplorer4 Mute와 Pause 윤영지 언제부터였더라 시간이 멈추었다 차라리 정지화면이면 좋을 것을 나의 시간은 멈추어 한 발도 내딛지 못하는데 내가 없는 화면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소용돌이친다 돌아간다 돌아간다 나의 헛손짓은 아랑곳없이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5.02.14
바다 위를 나는 물고기 / 송 진 바다 위를 나는 물고기 송 진 숲 속 소각장에 트럭 하나가 임종을 부리고 있다 썩은 야자 열매, 얼룩진 매트리스, 절름발이 의자, 잡다한 폐가의 족보들 밤을 기다려 불을 지핀다 초라한 몰골들의 마지막 용트림이 환한 대낮에는 민망스러워서일까 나름의 제의식일까 바람이 흰 혼백을 소..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5.02.06
립스틱 / 임의숙 립스틱 임의숙 나는 분홍을 신뢰합니다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어 눈에 띄지 않는 다는 안정감 때문 입니다 오늘 젖은 꽃송이는 비가 내렸기 때문입니다 얼굴을 담글 수 있는 거울 속 빗물은 극한 감정이 없는 이슬방울들입니다 장마철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서 온가족이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5.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