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11월의 당신 / 윤지영

서 량 2012. 11. 27. 02:16


11월의 당신

 

                         윤지영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곳

그곳은 11월에 꽃이 핍니다

낮에는 눈부신 햇살이 낮게 내려오고

촛불 일렁이는 밤에는

간간이 거룩한 노래 소리도 들려옵니다

 

겨울 눈발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내려앉던 밤

그 환환 곳 찾아가던 당신의 두 눈은

너무나 어둡고 불안해

우리는 쉽고 가벼운 말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낯설고 어려운 표정만 찾고 있었습니다

그저 한 세월 살아냈다고 말하던

당신의 멍들고 해진 손

나무토막같던 그 세월 두어번 쓰다듬고

시리고 캄캄한 허공을 지나오는 동안

당신도 길 찾아 떠나셨습니다

 

멀고 아득해

눈뜨고 찾아갈수 없는 곳

따뜻한 바람 불어오는 11월의 언덕에서

헌 모자 쓰고 들꽃으로 돌아오는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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