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날벼락 / 송 진

서 량 2012. 12. 19. 07:05


날벼락

 

                          송 진

 


세상의 모든 격한 소리들은

가장 깊은 곳에 은폐되었다가

오랜 침묵으로 숙성되고 정화된

바람에 실려 돌아오나 보다

물결 사이로

나뭇잎 틈새로

 

한적한 바닷가 모래밭에 팔벼게 하고 누워

구름이 연주하는 무늬 따라 마음을 열자

파도는 쉬임없이 화음을 실어나른다

 

6.25동란으로 금쪽같은 아들을 잃고

평생 소프라노를 토하시던 할머니,

화사한 저고리에 풀꽃마저 섶에 꽂고

기다리던 아들 마중 나가는 다소곳한 형상에는

백치 아다다의 아련한 가락이 실려 나오고

 

적산가옥 후미진 구석에서

치듯 가슴을 치던 외할머니,

마리 양으로 벼랑 끝에 앉아

아직도 북녘 하늘을 원망하는 눈망울에서

파도가 운명 교향곡 쪽으로 톤을 바꿀

 

느닷없이 얼굴을 후려치는 불협화음에

벌떡 일어나 앉은 등 뒤로 이어지는 앳된 소리

Sorry, Please pass me the 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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