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난해한 겨울비 / 송 진

서 량 2012. 12. 26. 11:29


난해한 겨울비

 

                                  송 진

 

 

겨울비가 내린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가든스테이트 플라자

선물꾸러미로 머리를 가리는 옹졸한 어깨 위에

찬비가 내린다

 

명동 뒷골목 구세군의 고적한 손끝에서 달아나는 종소리를

싸리비처럼 몰아치던 당돌한 비가

파라머스의 쇼핑몰에 삐라처럼 내린다

 

이제는 기다릴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평면 위에

흉터 진 곳만 찾아서 맴도는 겨울비

 

한 때는 너를 따라 막막한 세상에서 동면도 꿈꾸었고

황홀한 너의 우수를

영혼의 갈피에 스미도록

얼어붙은 창문을 촛불로 녹이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쯤 흰 꽃으로 승화되어

축제의 환희에 전율해야 할 네가

아직도 맨몸으로 떨며 내 와옥蝸屋 배회하는 건

 

질책하는 걸까

위로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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