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송 진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공들여 포장한 자신을 정중히 두 손으로 바친다
종합보험 에이전트
무한 경쟁의 시대에 한없이 작아져서
어느 틈새에나 끼어들어 팔지 않으면 안 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자의 미소를 입고
불 꺼진 동굴에 전류를 불어넣기 위하여
항상 크랭크를 쥐고 있다
상대가 좀체 열지 않으니 자신을 열어젖힌다
생물의 온기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진열장에
가지런히 정돈된 사은품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울음의 흔적
수많은 밤을 소리 없이 울어 온 그 가슴팍에
토큰만 삼켜 온 모래 자루는
모든 걸 묻어버리며 자취를 지운다
거울을 지키고자 안깐힘 쓴다
자신도 그 속에 묻혀 허우적거리다
가위에 눌려 깨어나 모래를 씹는 밤이면
어디엔가 남아 있을 까치밥을 향한 순례자의 목마름은
바다로 가는 길을 열어줄, 토큰을
다시 기다린다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란한 토요일 아침 / 윤영지 (0) | 2013.01.27 |
---|---|
소식 / 송 진 (0) | 2013.01.22 |
맑은 새벽 / 윤영지 (0) | 2012.12.27 |
난해한 겨울비 / 송 진 (0) | 2012.12.26 |
12월의 기도 / 임의숙 (0) | 2012.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