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여행
송 진
나 죽거든, 똑바로 세워 묻어 주게나
저승 노잣돈 움켜쥐고 편히 누워 자느니
지옥 같던 광화문 정류장에서 구세주처럼 기다리던
수유리행 버스 창가에 서서
세상구경하며 가려네
남과 북이 종당엔 촛불을 끄고 합방을 하기는 할 것인지,
홀로된 집사람 징징거리며 울다가 어디를 들이박게 될지,
새로운 제국에서 허덕이는 가파른 숨결들
어떤 무늬의 성에로 십자가를 장식할지,
언제쯤 지구가 거대한 쓰레기 더미의 무인위성으로
우주를 방황하며 피눈물을 뿌리게 될 건지,
서서 똑똑히 보려네
원숭이와 인간의 경계를 지난 7백만 년 후
다시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지나서도
<시작노트>
문화권에 따라서는 시신의 매장 방식이 달랐다고 한다. 북미의 원주민들은
시신을 배 속 태아와 같이 웅크린 자세로 매장하였으며, 특히 전사들은
똑바로 선 자세로 매장하는 문화도 있었다.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도를 으깨다 / 최양숙 (0) | 2012.12.15 |
---|---|
11월의 당신 / 윤지영 (0) | 2012.11.27 |
할로윈 / 임의숙 (0) | 2012.10.31 |
통증의 집 / 윤지영 (0) | 2012.10.28 |
새치 / 송 진 (0) | 2012.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