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직립여행 / 송 진

서 량 2012. 11. 15. 02:15

 


직립여행

 

                           송 진

 


 

나 죽거든, 똑바로 세워 묻어 주게나

저승 노잣돈 움켜쥐고 편히 누워 자느니

지옥 같던 광화문 정류장에서 구세주처럼 기다리던

수유리행 버스 창가에 서서

세상구경하며 가려네

남과 북이 종당엔 촛불을 끄고 합방을 하기는 할 것인지,

홀로된 집사람 징징거리며 울다가 어디를 들이박게 될지,

새로운 제국에서 허덕이는 가파른 숨결들

어떤 무늬의 성에로 십자가를 장식할지,

언제쯤 지구가 거대한 쓰레기 더미의 무인위성으로

우주를 방황하며 피눈물을 뿌리게 될 건지,

서서 똑똑히 보려네

원숭이와 인간의 경계를 지난 7백만 년 후

다시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지나서도

 

 

<시작노트>

 

문화권에 따라서는 시신의 매장 방식이 달랐다고 한다. 북미의 원주민들은

시신을 배 속 태아와 같이 웅크린 자세로 매장하였으며, 특히 전사들은

똑바로 선 자세로 매장하는 문화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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