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물의 정원 / 김종란 소리와 물의 정원 김종란 *소쇄원을 떠나 소쇄원을 꿈꾸다 어느 아열대의 숲에서 두 손으로 빗방울의 무게를 받으며 쑥색으로 웃는다 흙의 무게에서 빗방울의 무게로 빗방울만큼의 무게로 거미줄에 매달려 흔들리며 공명하는 물과 소리의 정원/마음과 생각의 정원 *전남 담양에 있는 조선시대의 정원 © 김종란 2020.06.11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4
길/모른다, 아는것 너무 많아 - 김종란 길/모른다, 아는 것 너무 많아 김종란 마음에서 풍경으로 나아간다 천둥과 번개 치면 촘촘한 그물망 벗겨진다 천둥과 번개 사이에서 잠시 바다, 잠시 우주 모른다 길을 숨쉰다 숲에 든다 이슬과 시간 빛나는 무거운 초록의 이끼가 된다 © 김종란 2019.10.17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3
잠시 빛을 안으며 / 김종란 잠시 빛을 안으며 김종란 쏟아지는 멈출 수 없는 흙의 이야기 포근하고 어둑한 흙의 말 오래 참아 숨차고, 오래 울어 높이 오른 소리 타는 볕, 서늘한 바람, 쓰르라미 운다 가득 찬 곳을 비운다 © 김종란 2019.08.31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3
숨의 무게 / 김종란 숨의 무게 김종란 살아있는 기척, 짙푸른 의문으로 잎은 무성하다 일그러진 입 푸르게 삼켜진 소리 겹겹이 그늘로 감싸 안는다 숨의 무게 가볍게 하늘을 두르는 흰 꽃송이들 알 수 없음의 무게에 쇠붙이인가 날개인가 한다 흰 꽃송이들 오르듯 함께 간다 © 김종란 2019.08.28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3
독서 / 고양이 - 김종란 독서 / 고양이 김종란 Saxon이란 검은 고양이 어둠에 반짝이는 노란 눈 어둠을 스치는 날렵한 혀 신선한 우유향이 난다 느리게 번역되는 어두움 밀집했나 어둑어둑한 나무들 한 나무를 타고 오른다 나무에서 장미향이 난다 Saxon이 뛰어든다 어둠이 휘청인다 © 김종란 2019.02.27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2
미술학교 / 김종란 미술학교 김종란 어느 부문을 손봐야겠기에 보이지 않게 보이지 않는 것들이 흘러 *이브 클라인의 블루로 만나 빛 없는 것들이어서 물기 어린 그의 블루 하늘, 바다 보는 또 하나의 텅 비인 물기 더할 나위 없는 눈(眼) *Yves Klein: French artist © 김종란 2018.10.08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2
나비라는 고양이 / 김종란 나비라는 고양이 김종란 이국(異國)에서 굳이 석양에 울지 않는다 뜻 모를 사람이 되어 웃는다 달콤하게 익어가는 포도 넝쿨 그늘 나비가 앉아 있다, 프랑스 고양이 © 김종란 2018.09.15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1
반딧불이 / 김종란 반딧불이 김종란 한여름 밤 폭우 소리에 잠들다 문득 일어나 창문을 닫는다 말(言) 하나 동무하고 싶다 한여름 밤 따뜻한 빛 동무 반딧불이 © 김종란 2018.08.03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1
여름 정원 / 김종란 여름 정원 김종란 여름의 정원에는 흰 돛이 뜬다 눈물보다 빠르게 바람 불고 나무는 느리게 흔들린다 짙음과 푸름 안에 사랑하는 것들 노루보다 빠르게 뛰어간다 시간을 놓아버리는 손 그림 속 정원에는 해바라기 몇 송이 밤은 어느새 왔다 두 눈에 가득하다 © 김종란 2018.08.03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1
흰빛 선박(船舶) / 김종란 흰빛 선박(船舶) 김종란 불어난 강물 위 문득 흰빛 선박(船舶) 창가를 지난다 두 손을 바라 본다 조금씩 일렁이는 빛 숲 속에 있을까 녹음(綠陰)속에서 두런거리며 피어나는 여름 꽃일까 흰 페인트 칠한 창고에 기대어 있는 부서진 자전거가 보인다 여름은 이제 시작이라며 바이올린의 첫 현을 긋는다, *샤콘느 *Bach, Partita No. 2 'Chaconne' © 김종란 2018.06.13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