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 126

언어의 새벽 / 김종란

언어의 새벽 김종란 날개의 끝 출렁이는 생각의 끝 재즈의 도입부가 흐르며 4월 비의 새벽, 나무는 나무대로 하늘을 연다 틈틈 연하고 부드러워 새순들, 빗방울들 초록안에 스미듯, 부여 잡은듯 흔들리지 날개의 끝은 어딘가 사람은 사람대로 연 하늘에서 눈 깜빡일 새 물기로 흔들리며 줄 서는 언어들 빗방울과 언어, 재즈의 빛으로, 하늘에 끝없는 구름장 날개를 편다 이 물기로 된 날개를 © 김종란 2021.04.23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의 자두 / 김종란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의 자두 김종란 괘종시계 소리 들려요 어느 곳을 가든지 묵중하게 아주 가까이 몸 안에 듬직하게 자리 잡는 둔중한 시계 소리 차고 달콤한 자두를 건네 받으며 콘크리트 문을 열고 나가요 차게 서리는 물기로 끝없는 회색 문들을 바라보며 차고 달콤한 자두를 한입 베어 물어요 웃음을 터트리며 괘종시계 안에서 *미국 뉴저지 출신 의사 詩人 © 김종란 2021.04.13

2020 초여름에 품다 / 김종란

2020년 초여름에 품다 김종란 횡격막 부근 *누란을 품는다 2020 화려하다 병든 도시에서 유월 나무들과 아이비 넝쿨들은 보이지 않는 호수를 이야기한다 초여름 숨이 차다 방황하는 호수를 찾아 새된 비명소리 울음소리 낙타에 실으며 숨 차는 초여름 쏟아져 나오는 기침소리 담황색 바람 사라진 흔적들을 좇아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함께 묵묵히 *전설의 사막도시 © 김종란 2020.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