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 126

블루진 / 김종란

블루진 김종란 블라인드 틈으로 밀려오는 여름 뭉개진 초록 흔드는 미풍, 블루진 메모리얼 데이, 바다, 흰 모래톱, 블루진 에릭 사티에서 드뷔시로 흐르는 피아노 곡에 묻힌다 바다가 클로즈업 된다 2B 연필심을 손 끝으로 가늠하면서 실눈을 뜬다 블루진 통바지를 입고 마음껏 가늘어 지며 굽 높은 초록, 코에 흰구름이 맞닿는다 첨벙 바다에 뛰어드는 소리 초록의 가지에 앉아 막연히 소매를 접는다 시작 노트: 마음에 휴가를 보내고 싶었지요 얽매이지 말고 깊이 빠져 보라고 바다를 그리려다 바다에 빠져 심해에 가 닿아 시간을 잊듯 여름 그리고 블루진 흰 이를 드러내고 웃는 초록 © 김종란 2022.05.31 https://news.koreadaily.com/2022/06/03/life/artculture/2022060..

바람의 기타(Guitar) / 김종란

바람의 기타(Guitar) 김종란 케이블카 위에 구름이 흐른다 케이블카 지붕 위에 기타를 안고 있다 바람은 기타를 울려 본다 내 서툰 연주 덮으려 연주를 한다 바람이 밀어다 올려 놓은 케이불카 지붕위에 위태위태 흔들리며 선다 기타를 껴 앉는다 오후 4시와 5시 사이 허드슨 강이 무겁게 흐르고 엿가락 같이 끈적하고 기인 길도 터벅터벅 들어 온다 비 개인 숲속에서 자라나 뛰어든 폭포 이미 끝자락 푸르고 희게 웃으며 떨어진다 붐 비는 도시 어두운 길에 화투짝처럼 떨어져 있다가 바람에 휘몰려 지붕위에 날아 오른다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맨해튼 어느 지붕 위에서 서툴게 기타를 친다 젖은 신발 벗지 못한 채 지니고 온 때 묻은 배낭에 기대어 보다 못한 바람이 나의 기타를 울린다 여러 길을 걸어와 잠시 머물다 일어서야..

겨울사람 / 김종란

겨울사람 김종란 겨울사람은 언저리에 닿고 싶다 담배를 태우면서 화면 가득 노래 부르는 샹송가수 그 부드러운 미소 거침없는 커다란 눈과 입 살아있으므로 닿을 수 있다 이제 겨울 한 가운데서 수프를 끓이면서 보내는 시간 겨울 밤 불빛들은 가슴 언저리 꽃처럼 머물다 간다 추운 것을 함께 견디려 하다가 짐짓 더 추운 것을 서로 덤으로 얹어 주면서 겨울사람 하나 영화속으로 들어가고 샹송가수는 걸어나와 수프를 끓인다 겨울사람 영화속에서 커피잔 언저리 살짝 두드리며 입술에 와 닿았던 향기의 소소한 부분을 불러낸다 칼로 말을 자르는 추운 부엌에서 샹송가수는 부드럽게 노래를 불러준다 남겨진 겨울사람에게 © 김종란 2009.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