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485

|컬럼| 74. 나비와 개구리

입춘과 우수를 지나면 3월 초에 약속처럼 경칩(驚蟄)이 우리를 찾아온다. 겨우내 땅속에서 잠자던 벌레와 동물들이 우수(雨水)의 물벼락을 맞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는 경칩이다. 경칩에 개구리 알을 먹으면 허리에 힘이 좋아진다 해서 나이 지긋한 우리 조상들은 턱수염을 바람에 휘날리며 이날 개구리 알을 찾으려고 산과 들을 헤맸다. 그리고 젊은 남녀들은 양키들이 발렌타인즈 데이에 초코렛을 깨물어 먹듯 서로의 사랑을 서명날인하는 상징적 행위로서 암수가 유별한 은행나무의 열매를 몰래 나누어 먹었다. 개구리가 헤엄치는 동작처럼 섹시한 장면이 또 있을까. 그래서 허리가 부실한 우리의 선조들이 개구리처럼 행동하고 싶은 연상작용을 일으켰다 하면 당신은 얼굴을 붉히면서 그게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할 수 있겠는가. 수영에 있..

|컬럼| 72. 목신(牧神)의 오후

인상파 음악의 거두 드뷔시가 말라르메(Mallarme)의 시에 곡을 붙여 1894년 파리 초연에서 불란서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전주곡 멜로디를 당신은 기억하는가. 목신이 풀밭에 누워 비너스 여신을 포옹하는 꿈을 꾸는 그 나른하고 감각적인 화음진행을. 희랍 신화에서 목축의 신, 판(Pan: 牧神)은 상반신은 사람이면서 하반신이 염소 비슷한 동물의 몸이었다. 음악을 즐기고 요정과 춤을 곧잘 추던 'Pan'은 양떼와 목동들을 보살피는 숲과 들의 신이었다. 그러나 당신은 적막하고 어두운 숲 속에서 어떤 미신적인 공포를 느끼지 않았던가. 성황당 앞에 우뚝 선 고목이나 잎이 울창한 은행나무를 어느 유년의 저녁에 얼핏 올려보았을 때 등골을 스치던 전율이 있지 않았던가. 음습한 숲 속이나 바람 부는 벌판에서 우리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