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479

|컬럼| 42. 웃기는 짬뽕

한국 티비에서 자꾸 '멘트(ment)'라는 말을 듣는다. '진술'이라는 의미의 'statement'의 끝부분을 덜렁 떼어온 토막영어다. 인사말을 '오프닝멘트'라 하고 맺음말을 '엔딩멘트'라 한다. 영어도 아니고 한국말도 아니다. 술을 '쭉 마셔라' 하는 우리의 '원샷!(One shot!)'은 '주사 한방'이라는 뜻. 멀쩡한 사람에게 싸움을 부추기는 일본식 영어 '화이팅!(Fighting!)'도 영어가 아니다. 양키들의 'cell phone'을 우리는 '핸드폰'이라 한다. '손전화'라니? 발로 거는 전화도 있는가. 우리는 영어를 가래떡처럼 석둑석둑 잘라서 쓴다. '리플'은 'reply'에서 끝부분을 떼어먹은 것. 컴퓨터를 '컴'이라 하고 '디카'는 '디지털카메라'에서 글자 넷을 죽인 말. '니고시에이션(n..

|컬럼| 40. 독특한 어감의 배~드

독특한 어감의 배~드 'bad'는 'good'의 반대말로 13세기에 생겼다 한다. 그 이전의 미국인들은 현대어의 ‘bad’라는 개념이 없이 평생을 살았던 것이다. 'good'의 반대말로 사악하다는 의미의 'evil'과 병(病)들었다는 뜻의 'ill'이 있었을 뿐. 'good and evil (선과 악)'은 아직도 널리 쓰이는 숙어다. 'good and bad (좋고 나쁨)'에 대하여 생각해 볼지어다. 현대적 감각으로 보면 법정에라도 가서 시비곡절을 가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은가. 고대의 ‘good’은 종교적인 개념에서 왔고 현대의 'good'은 준법정신을 불러일으킨다. 'bad'는 'baddel'에서 파생됐다. 'baddel'은 남녀의 생식기를 동시에 겸비한 자웅동체의 기형인간을 뜻했다. 의학용..

|컬럼| 39. 개가 있는 풍경

‘저 먹기는 싫고 개 주기도 아깝다’는 속담이 있다. 자기 자신은 큰 관심도 없는 일이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을 눈 뜨고 못 보는 인간 심리를 잘 드러낸 말이다. 영어에도 그런 비슷한 표현이 있다. 이솝 우화 중에서 한 개가 저 자신이 여물을 먹지 못하는 것이 약이 올라 여물통 속에 들어가 난동을 부림으로써 다른 동물들이 여물을 못 먹게 했다는 이야기. ‘a dog in the manger (여물통 속의 개)’라는 관용어가 바로 여기서 나왔는데 소위 ‘못 먹는 밥에 재나 뿌린다’는 놀부심사다. 자고로 개는 한국 미국 할 것 없이 인간의 고약한 심성을 비유하는데 있어서 좋은 샘플이 된다. 미우나 고우나 개는 우리의 공격성을 대변한다. ‘개처럼 일해서 정승처럼 살아라’ 할 때의 개는 아주 원기 왕성한 에너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