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밤에 흐르는 강 밤에 강이 흐르는 광경이 무시무시해요 많이많이 무서워 왜 그런지 알 수 없어요 밤에 흐르는 암갈색 강물은 밝은 대낮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조잘대는 참새처럼 경쾌한 강물과는 아주 달라요 밤에 흐르는 음산한 강물은 육중하고 둔하기 짝이 없는 한갓 동물에 지나지 않아 정말이야 한.. 詩 2008.09.17
|詩| 가을 파도 소름 돋는 여름이나 재채기 컹컹 터지는 가을 새벽에도 검푸른 바다가 파도가 거센 파도가 형체가 뵈지 않는 물기둥이 연신 울부짖는 걸 나는 외면하기로 한다 해저 깊숙이 숨어 있어 평생 한 번쯤 내 발바닥에 덜컥 밟힐 만한 희디 흰 연체동물을 소금물 흐르는 눈을 치뜨고 나는 울며불.. 詩 2008.09.16
|詩| 9월에는 그림자가 9월에는 휘영청 달빛 아래 우리들 그림자가 갈바람에 몸을 푸는 갈대인양 길쭉해집니다 9월에는 가녀린 풀꽃도 잠시 우쭐하는 단풍나무 가지도 내가 이름을 몰라도 좋은 그녀의 목도 길쭉해집니다 하릴없이 낙엽 옆자리를 더듬대는 갈바람의 손길은 아주 노골적으로 길쭉해요 9월에는 .. 詩 2008.09.10
|詩| 낙엽과 비행기 천길 만길 발 밑 지구 깊은 내부에 듬직한 막대자석이 버티고 누워 힘껏 잡아끄는 중력에 나는 쏠린다 대한항공기가 태평양을 횡단하는 한밤에 촘촘한 해상도로 컴퓨터 모니터의 파도는 듬직한 막대자석과 맞붙어 치고 박고 싸운다 물결 세차게 출렁이는 지구 위에 내 어릴 적 비행기과.. 詩 2008.09.06
|詩| 코스모스의 속셈 알고 봤더니 코스모스가 조각달과 오래 전부터 내통하고 있대나 봐 코스모스는 또 허름한 초등학교 운동장 변두리에 쓰러질 듯 곧추서서 창공에 펄럭이는 만국기들과 슬쩍슬쩍 눈길을 섞다가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하는 머나먼 어린이 합창단 지도교사하고 끝내 내통했다나 .. 詩 2008.09.04
|詩| 8월 말 미루나무를 위한 윤도현 식의 랩(rap) 경상도면 어떻고 충청도 전라도면 어때 당신이 좋아서 죽고 못사는 미루나무가 8월 말에 몸부림을 친다 진저리를 쳐요 진저리 진저리 진저리 쿵쿵 짝짝 짝짝 쿵쿵 이건 뽕짝이 아니야 중모리 엇중모리 에헤라 미루나무의 특기는 추임새를 넣는 거래 미루나무의 허무맹랑한 템포가 여간 .. 詩 2008.08.31
|詩| 리모콘 사랑 언제부터인지 나는 리모콘과 가까워지면서 리모콘이 가까스로 좋아졌다는 거 리모콘이 어떤 때는 내게 앙칼지게 말대꾸도 하고 땡깡도 부린다는 거 나는 리모콘을 되도록 야단치지 않고 너그럽고 교활하게 지내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거 향기로운 진달래나 시커먼 리모콘이나 크게 다르.. 詩 2008.08.22
|詩| 기도하는 예언자** Normal 0 0 2 false false false EN-US KO X-NONE MicrosoftInternetExplorer4 전갈이 양 팔을 치켜 들고 항복하는 군인처럼 기어 나오네 *praying mantis, 사마귀 한 마리 꼼짝달싹 않고 땡볕을 견디네 전갈 암수 한 쌍 아까부터 손 깍지 끼고 춤추는 곁으로 새끼 전갈 수 백 마리 우글거리는 북아프리카 사막, 문제.. 詩 2008.08.13
|詩| 옛날 집 비 줄줄 내리는 새벽 엎치락뒤치락하는 꿈길에 어렴풋하게 자리 잡은 나 살던 옛날 집이 분명 지금 내가 사는 집이랑 똑 같다고 우긴다면 당신이 믿을 수 있겠니 한여름 따갑고 가려운 땀띠가 얼굴에 그득한 옛날 집 대문 바로 옆에 묵묵히 서 있는 밤이면 촛불을 켜들고 가던 거울도 없는 추운 화장실의 아늑한 공간을 당신도 그리워할 수 있겠니 흔들거리던 충청남도 대전시 대흥동 시절 판자로 엮은 담일랑 지금쯤 그림자조차 없어졌을 거라는 시시한 생각을 했어 그 생각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몰랐어 전혀 나 살던 옛날 집 대문 옆 화장실이 그 집 뒷곁 굴뚝만큼이나 내 뒤퉁수 골수에 깊이깊이 박혀 있는 줄이야 © 서 량 2008.08.11 詩 2008.08.11
|詩| 안전수칙 Gioachino Rossini (1792 -1868) 운세의 흔들림으로 우왕좌왕하는 우주의 기동력에 몸을 맡기세요 편안한 회전속도야말로 의지의 지배를 받는대요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거야 신성(神性)이 아니야 유전인자라니까 콩 심은 언덕과 팥 심은 들판을 잘 분별하려는 대지(大地)의 의향이래 아침 6시 반 바람 속 .. 詩 2008.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