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9월에는 그림자가

서 량 2008. 9. 10. 08:52

               9월에는 휘영청 달빛 아래 우리들 그림자가

      갈바람에 몸을 푸는 갈대인양 길쭉해집니다

      9월에는 가녀린 풀꽃도 잠시 우쭐하는

      단풍나무 가지도 내가 이름을 몰라도 좋은

      그녀의 목도 길쭉해집니다

       

      하릴없이 낙엽 옆자리를 더듬대는

      갈바람의 손길은 아주 노골적으로 길쭉해요

       

      9월에는 단단한 야구공이나 속 빈 농구공이나

      사과나 오렌지처럼 세상에 정말 세상에

      반질반질하고 동그란 것들은

      하나도 눈에 들지 않아요

      한가위 보름달마저

      가을에 미친 사람 눈에는

      딱 보기 좋은 타원형입니다

      당신 갸름한 얼굴에 펑펑 쏟아지면서

      우주를 빗겨가는 태양광선처럼요

       

      © 서 량 2008.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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