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을 파도

서 량 2008. 9. 16. 05:09

                       

        소름 돋는 여름이나
        재채기 컹컹 터지는 가을 새벽에도
        검푸른 바다가 파도가 거센 파도가
        형체가 뵈지 않는 물기둥이 연신
        울부짖는 걸 나는
        외면하기로 한다

         

        해저 깊숙이 숨어 있어
        평생 한 번쯤 내 발바닥에
        덜컥 밟힐 만한
        희디 흰 연체동물을
        소금물 흐르는 눈을 치뜨고 나는
        울며불며 찾아 헤매지 않기로 한다

         

        바다가 혼심을 다하여 지구를 깊이 감싸고
        덥디 더운 몸체를 뒤트는 동안


        © 서 량 200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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