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줄줄 내리는 새벽
엎치락뒤치락하는 꿈길에
어렴풋하게 자리 잡은 나 살던 옛날 집이 분명
지금 내가 사는 집이랑 똑 같다고 우긴다면
당신이 믿을 수 있겠니
한여름 따갑고 가려운 땀띠가 얼굴에 그득한
옛날 집 대문 바로 옆에 묵묵히 서 있는
밤이면 촛불을 켜들고 가던
거울도 없는 추운 화장실의
아늑한 공간을 당신도 그리워할 수 있겠니
흔들거리던 충청남도 대전시 대흥동 시절
판자로 엮은 담일랑 지금쯤 그림자조차 없어졌을 거라는
시시한 생각을 했어 그 생각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몰랐어 전혀 나 살던 옛날 집 대문 옆 화장실이
그 집 뒷곁 굴뚝만큼이나 내 뒤퉁수 골수에
깊이깊이 박혀 있는 줄이야
© 서 량 200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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