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생선을 좋아하세요? 비린내 덜 가신 생선을 좋아하세요? 구비치는 밀물과 썰물 등쌀에 안경이 삐딱하게 벗겨지는 가재와 다슬기가 파도에 밀려 해변 바위에 한사코 매달리는 달의 인력을 좋아하세요? 달이 저만치 떨어져 있다는 고리타분한 말일랑 제발 고만 하세요 저 화사한 보름달은 당신이 손만 뻗치면 금방 만질 수 .. 발표된 詩 2010.07.15
|詩| 날아가는 금붕어 금붕어는 여간 하지 않고서는 지 마음의 향방을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나, 꿈속에서 나긋나긋한 거미줄 지느러미의 금붕어가 돼 본 적이 있어서 금붕어의 그런 속성을 잘 알지 깜박이지 않는 금붕어 눈에 포커스를 맞춰 갓 찍은 이 폴라로이드 사진을 봐봐 색깔이 음침해, 진짜 음침해 핏빛 금붕.. 발표된 詩 2010.06.10
|詩| 공습경보와 어머니의 뜨게질 잊을 만할 때쯤 다시 공습경보가 울리기가 무섭게 게다가 가까운 데 꽈당 하며 폭탄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 우리는 뒷마당에 있는 방공호를 제켜놓고 안방 벽장에 다들 얼른 들어가 숨는다 집안 식구가 몇 명인지 기억이 안 나요 아버지는 집에 안 계셨던 같아 어머니는 공습해제 사이렌이 울릴 때까지.. 발표된 詩 2010.06.10
|詩| 그리움 지우기 기차는 유년기의 상징이다. 상징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지만 어렴풋한 기억마냥 나는 상징이 무엇인가를 심층심리로만 알고 있다. 기차는 기차에서 그치고 상징은 상징에서 그친다. 당신 사랑도 바로 그 한계에서 그친다. 당신을 위한 내 감각의 중량감도 아마 이쯤 해서 그칠 것이다. 기차는 현존하.. 발표된 詩 2009.12.01
|詩| 모래장난 한여름에 바다가 별안간 얼어붙는 걸 보았어? 한여름에 바다가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순간 어머, 하며 얼굴이 빨개져서 파도에게 꼼짝없이 당해 본 적이 한두 번 있었어? 여름은 너무 짧아, 여름이 영원하다고 한 번 힘주어 말해 보세요 여름의 체온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태양계가 얼마나 뿌듯해지는.. 발표된 詩 2009.11.22
|詩| 뭉게구름 베이지색 달걀이 눈물을 줄줄 흘려요 눈물 빛 또한 베이지색입니다 병아리 몇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스케이트 선수처럼 살얼음을 튀기며 활공비행을 한다 말이지요 드디어 병아리들이 이 세상 건너 쪽으로 퍼덕퍼덕 뛰어갑니다 보세요 무더운 여름 밤에 당신이 이불을 걷어차는 순간을, 존재의 껍데.. 발표된 詩 2009.08.31
|詩| 詩와 詩人 자식새끼가 부모를 뒤로하듯 詩가 詩人을 앞장선다 詩人이 詩에게 말하기를 비 내리는 가을밤에 내 너를 끙끙대며 낳아 네 끈적거리는 알몸을 골백번 혀로 핥았지만 이제와서 나는 도무지 네 속을 알 수가 없으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으냐 했더니 詩가 詩人을 뒤돌아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에이, 하.. 발표된 詩 2009.07.18
|詩| 테리 집안의 여자들 커다란 푸른 눈이 시원하기만 한 테리는 39살의 백인 이혼녀로서 술을 완전히 끊은 지 14 년이다. 그녀는 15살 난 저능아 둘 째 딸과 같이 살면서 사방팔방 가정부로 일해 번 돈으로 근사한 일제 차를 몰고 다닌다. 17살의 첫 딸 메리는 학교를 관두고 마약 딜러와 동거하면서 밤이면 코케인을 하고 엄마.. 발표된 詩 2009.07.15
|詩| 환한 *몽돌 돌덩어리가 몽실몽실하다니 세차지도 않은 물살에 씻기고 씻겨 표피가 아주 보들보들해졌다는 게 정말이었구나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시냇물은 알레그로, 재빠른 협화음의 단단한 행진이다 유유한 낙화유수인지도, 명분이 뚜렷한 군인들의 씩씩한 발자취인지도 몰라 우리 가슴 속에서 아무도 모르.. 발표된 詩 2009.07.04
|詩| *도어납(doorknob) 등뼈가 고집으로 꽉 차 있다 직립자세로 먼데를 바라보다가 생각이라도 난 듯 코 앞에 지렁이 콕콕 쪼아 먹고 총총 뛰어가는 파랑새 미끈한 등뼈를 보라니까 완전 고집 투성이야 대문을 밀고 단정하게 들어서는 파랑새 문이 감당하는 엄청난 중력이 골고루 잘 분포가 되지 않아서 급기야 문이 한쪽으.. 발표된 詩 2009.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