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새끼가
부모를 뒤로하듯
詩가 詩人을 앞장선다
詩人이 詩에게 말하기를
비 내리는 가을밤에
내 너를 끙끙대며 낳아
네 끈적거리는 알몸을 골백번 혀로 핥았지만
이제와서 나는 도무지 네 속을 알 수가 없으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으냐 했더니
詩가 詩人을 뒤돌아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에이, 하면서
줄줄 흘러가던 물길을 멈추고
詩人이 오기를 서서 기다린다
한참 물살을 뒤흔드는 풀벌레 소리 속에서
깊고 사나운 물살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마주 봐도
서로의 깊은 사연을 알지 못하는 詩와 詩人
© 서 량 2002.09.19
-- 두 번째 시집 <브롱스 파크웨이의 운동화>(문학사상사, 200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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