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유년기의 상징이다. 상징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지만 어렴풋한 기억마냥 나는 상징이 무엇인가를 심층심리로만 알고 있다. 기차는 기차에서 그치고 상징은 상징에서 그친다. 당신 사랑도 바로 그 한계에서 그친다. 당신을 위한 내 감각의 중량감도 아마 이쯤 해서 그칠 것이다.
기차는 현존하지 않아요
기차는 기억 속에서만 살아서
자기 멋대로 질주하는 쇳덩어리에 불과해요
기차는 한 번 보고 나서
다시는 볼 기회가 오지 않는 흘러간 명화같이
나른하고 허전할 뿐이에요 흘러간 사랑처럼
기차를 그리워하는 버릇을 버려야 해.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를 터무니없이 그리워하지 말아야 해. 그들은 아주 가고 없고 내 마음 속에 각인돼 있는 한갓 기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해. 금방 지저분한 땅바닥에 다시 날아갈 듯 사뿐 내려앉은 저 마지막 낙엽의 바람 속 질감처럼.
© 서 량 2009.12.01
-- 월간시집 <우리詩> 2010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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