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바다가 별안간
얼어붙는 걸 보았어?
한여름에 바다가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순간
어머, 하며 얼굴이 빨개져서 파도에게
꼼짝없이 당해 본 적이
한두 번 있었어?
여름은 너무 짧아, 여름이 영원하다고
한 번 힘주어 말해 보세요
여름의 체온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태양계가 얼마나 뿌듯해지는데요, 여름을 회상하는
짜릿함만으로 일월(日月)은 쟁쟁합니다
초겨울 바닷가에 가 보았지
좋아라 하는 복숭아 빛 모래벌이며
베토벤 운명 교향곡 3악장, 파도소리와
당신이 하얀 다리로 모로 누워 모래와
장난질 치던 모습, 그때 그 모습이
오밀조밀 조각돼 있네
© 서 량 2009.11.21
-- 우리詩 2010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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