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모래장난

서 량 2009. 11. 22. 05:45

 

 

한여름에 바다가 별안간

얼어붙는 걸 보았어?

한여름에 바다가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순간

어머, 하며 얼굴이 빨개져서 파도에게

꼼짝없이 당해 본 적이

한두 번 있었어?

 

여름은 너무 짧아, 여름이 영원하다고

한 번 힘주어 말해 보세요 

여름의 체온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태양계가 얼마나 뿌듯해지는데요, 여름을 회상하는

짜릿함만으로 일월(日月)은 쟁쟁합니다

 

초겨울 바닷가에 가 보았지

좋아라 하는 복숭아 빛 모래벌이며

베토벤 운명 교향곡 3악장, 파도소리와

당신이 하얀 다리로 모로 누워 모래와

장난질 치던 모습, 그때 그 모습이

오밀조밀 조각돼 있네

 

© 서 량 2009.11.21

-- 우리詩 2010년 1월호에 게재

'발표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공습경보와 어머니의 뜨게질  (0) 2010.06.10
|詩| 그리움 지우기  (0) 2009.12.01
|詩| 뭉게구름  (0) 2009.08.31
|詩| 詩와 詩人  (0) 2009.07.18
|詩| 테리 집안의 여자들  (0) 2009.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