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뼈 뼈가 뼈가 아니다 뼈는 힘이다 골수에서 오는 아픔이다 에너지다 뼈에 따스한 엑스레이가 서리면 그 때 뼈가 진짜 뼈다 죽어 있는 뼈는 뼈가 아니다 사무치도록 당신도 나도 아아 눈부신 엑스레이다 정말이지 당신의 완강한 뼈가 형형한 불덩어리다 낙엽이다 아무리 어루만져 보아도 애지중지 &#169.. 발표된 詩 2008.10.30
|詩| 바람의 얼굴 당신은 바삐 떠나는 발자국 소리에 지나지 않아 그 기척에 나 귀가 솔깃해지지만 속 마음을 알았으면 하는 욕심에 심장이 쿵쾅대지만 당신 영혼을 파헤치고 싶은데 갸름한 얼굴을 만지고 싶은데 제스처 만이라도, 제스처 만으로라도 참나무 한 그루가 바람을 꽉 부둥켜 안고 있네 검푸른 잎새, 잎새, .. 발표된 詩 2008.10.03
|詩| 뜬 눈으로 꾸는 꿈 내가 당신의 서늘한 살결과 머리칼을 탐하는 것은 물론 내 자신의 눈을 통해서다 눈 없이 나는 못 산다 이상도 해라 당신을 탐하는 내 천연색 꿈 색깔이 눈을 감으면 감을 수록 더더욱 선명해지는 것! 내가 뜬 눈으로 꾸는 꿈은 맨손으로 잡으려고 손사래 치는 초점이 흐리멍덩한 무지개다 알록달록한 빛의 비밀을 품고 오늘도 꾹 감겨만 있는 당신 눈이다 © 서 량 2002.07.20 - 2008.09.26 (문학사상사, 2003) 시집 소개: http://www.munsa.co.kr/GoodsDetail.asp?GoodsID=670 발표된 詩 2008.09.26
|詩| 난폭한 환상 매일 아침 신비한 폭탄의 뇌관을 잘 제거하는 우리 두려움과 난폭한 환상에서 두개골을 깨부수는 뇌 속 아슬아슬한 시한폭탄을 손톱으로 긁는다 가려워, 가려워서 재깍재깍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저 가냘픈 초침 소리 돌개바람에 머리칼이 곤두서는 순간 정신이 버쩍나는 당신 내 검붉은 맨드라미.. 발표된 詩 2008.09.23
|詩| 당신의 체온 당신이 웃통을 벗고 뛰어드는 장맛비 철철 넘치는 강물에 띄어 보내는 체온으로 서러워도 참아라 거센 물길이 앞에 열리는 순간 겁이 벌컥 나서 눈길을 아래로 내리느니 차라리 가슴을 펴고 큰 심호흡으로 숨을 가다듬어라 검푸른 우주의 앙금 속에 깊이깊이 녹아있는 우리들의 비밀을 제대로 파고들.. 발표된 詩 2008.08.24
|詩| 몇 천 년 후에도 바다는 철썩이는 파도의 입술을 확 덮쳐버리는 당신의 요술은 어디에서 왔느냐 저 단단한 바위를 깨부수는 당신의 근력은 어찌나 그리 세찰까 빙산 조차 허물어뜨리는 당신의 교묘함에 대하여 호기심을 품는다 이제야 나는 몇 천 년 후에도 바다는 저렇게 아우성을 칠 것이다 다이아몬드쯤은 일 순간에 녹여.. 발표된 詩 2008.08.15
|詩| 배밀이하는 정선이 정선이가 갓난아기 때 기저귀에 달콤한 똥을 싸던 시절에 양지 바른 앞마당 강아지 새끼처럼 방바닥을 기어 다니다가 뭐든 손에 닿기만 하면 대뜸 입으로 가져 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쇼팽 피아노곡 강아지 왈츠를 근사하게 탄주하는 누이동생 정선이 손가락 신경조직이 전혀 미개발 상태 때 걔가 .. 발표된 詩 2008.07.11
|詩| 빗소리 비 죽죽 내리는 밤 양철지붕 위 빗방울 소리는 지징! 하는 무반주 첼로 독주다 세숫대야에 펌프물을 바가지로 떠서 붓는 철벅! 하는 결단력이다 빗줄기가 다정한 손길로 패배자의 등을 토닥거린다 설핏 그의 부화를 돋구는 주책없는 말도 한다 구멍난 천장 아래 다라이를 받쳐 놓으면 처음에 텅! 텅! .. 발표된 詩 2008.06.27
|詩| 플루트 소리를 손으로 만지다 지휘자가 지휘봉을 들고 무대에 뚜벅뚜벅 걸어 나오자 날렵한 손가락들이 청중을 충동질하는 장면이 툭 끊어진다 강변을 못살게 구는 겨울바람 소리도 졸지에 사라진다 딱딱딱딱! 앞가슴이 깊이 파인 연주복을 입은 덩치가 작은 여자가 플루트 독주를 한다 여자 머리와 어깨가 심하게 흔들린다 겨울.. 발표된 詩 2008.05.06
|詩| 어머니 교향곡 4악장 - 은빛 옛날 자동차에 검정 바탕에 흰줄이 죽죽 간 더불 브레스트 신사복을 입고 차양 넓은 중절모자 지긋이 눌러 쓴 다음 어머님을 차에 태우리라 뒷자리에 정중하게 누렇게 빚 바랜 흑백영화 필름이 빨리 돌아가는, 뒤에서 보면 꼭 떡두꺼비 같은 향수에 흠뻑 젖은 은빛 옛날 자동차에 미국을 질주하리라 하왕십리 무학국.. 발표된 詩 2008.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