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폭포 폭포 -- 마티스 그림 속 “거대한 실내, 니스” 여자에게 (1918) 마음놓고 쏟아지는 indigo sky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여자 분홍색 바닥, 마름모꼴 격자무늬 탁자 위 거울은 無色 無臭 빛과 향기가 철철 넘치는 interior 詩作 노트: 마티스는 신비주의자다. 거울이라는 주체가 꽃이라는 객체를 반사하지 않는 그의 그림만 봐도 그렇다. 여자가 밖에서 거대한 실내를 넘보는 것 또한. © 서 량 2023.07.18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18
|詩| 벽거울 벽거울 -- 마티스 그림 “명상” 속 여자에게 (1920) 뜬 눈으로 활짝 뜬 눈으로 아래를 바라본다 몸이 發하는 빛 병아리 빛 따스한 곳 매우 따스한 곳에서 샛노란 빛을 펼치는 人間 모습 오른 손 주먹 쥔다 왼손은 무방비 어느새 캄캄한 거울을 빠져나오는 여자 詩作 노트: 마티스 그림 속 여자는 벽거울을 뒤로하고 앉아있는 수가 많다. 여자가 거울 속에서 금방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 서 량 2023.07.17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17
|詩| 돛단배 돛단배 -- 마티스 그림 “테라스 위의 숙녀”에게 (1906) 산등성이 곡선 보인다 미끈한 곡선 손으로 이마를 짚는 숙녀 女子 淑女가 바라보는 돛단배 돛단배 옛날엔 다 그랬다 세상 色 세상 빛이 희미하기만 했어요 여자의 왼쪽 구두 반듯한 초록색 구두 끝 詩作 노트: 마티스 초기 그림은 조심스러운 시도였다. 한 여자를 화폭에 등장시키며 ‘테라스 위의 숙녀’라 호칭했다. 연이어 터져 나올 야수파의 조짐을 다짐한 셈이랄까. © 서 량 2023.07.15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15
|詩| 그림자 그림자 -- 마티스 그림 “분홍색 누드”의 여자에게 (1935) 다리 괄호 속 두터운 다리 더운 다리 한쪽 팔은 누운 빌딩 다른 쪽은 수제비 쪼가리 마티스는 여자를 그리지 않고 마티스는 마냥 그림만 그렸어 벌거벗은 여자가 둘이다 하나는 주홍색 여자 하나는 그림자 여자 詩作 노트: 마티스의 명언이 나를 움찔하게 한다. “I don’t paint women… I paint pictures.” 그는 여자 肉體와 겹쳐진 靈體까지 그렸다. 내 눈에 분명히 보인다. © 서 량 2023.07.14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14
|詩| 꿀잠 꿀잠 -- 마티스 그림 “니스의 실내, 낮잠” 속 여자에게 (1922) 야자수 精氣 양팔을 벌린 야자수 창문을 훌쩍 넘어 들어오는 야자수 꽃다발이 traffic cop 교통순경 노릇이네 펼쳐진 책 페이지 木炭畵 siesta 찌푸린 여자 얼굴 숨소리 들린다 詩作 노트: 마티스는 야자수를 조선시대 화가들의 난초화처럼 자주 그렸다. 물론 여자가 주역을 맡고 야자수는 조역을 맡지. 늘. © 서 량 2023.07.12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12
|詩| 비단실 비단실 -- 마티스 그림 “안락의자에 앉은 여자”에게 (1940) 꽃병에 꽂혀 위로 뻗치는 누에고치 벌레집 분홍색 누에고치 하늘색 벌레집 배경은 암흑 일부 새까만 암흑 안락의자를 독차지한 여자 시무룩한 여자를 봐봐 햇병아리 노랑에 떡 걸쳐진 홍당무색 종아리를 詩作 노트: 마티스 그림이 아늑해 보인다. 빨강, 노랑, 파랑과 새까만 암흑이 잘 어울리면서. © 서 량 2023.07.10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10
|詩| 엄지 손가락 엄지 손가락 -- 마티스 그림 “검은 배경의 책 읽는 사람”에게 (1918) 머리에 사과 하나 복숭아 하나 잎새 잎새 몇 개 실내는 오후 무더운 실내 책은 어디를 펼치나 백지 백지 새하얀 백지 여자가 눈을 비스듬히 아래로 깔고 생각을 멈추네 책갈피 사이에 놓이는 오른손 엄지 가벼운 엄지 詩作 노트: 책을 읽는 것도 책을 읽다가 잠시 책 읽기를 중단하는 것도 동작이다. 둘 다 동작이다. © 서 량 2023.07.07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07
|詩| 붉은 바탕 붉은 바탕 -- 마티스 그림 “붉은 배경에 흰 옷의 소녀”에게 (1949) 시간은 무색 무취 무취 무색 머리 어깨 팔 목에 정신 집중 느슨하게 여자 얼굴이 보이지 않네 안락의자 언저리 붉은 파장 붉은 진동 개나리색 샛노란 노랑색이 다가와요 점점 詩作 노트: 화가들은 가끔 사람 얼굴에 눈, 코, 입을 넣어 그리지 않는다. 아, 눈썹도! 우리가 사람을 바라볼 때 상대방의 눈, 코, 입을 눈에 넣지 않기도 한다. 얼굴보다 배경 색깔이다. 재밌지? © 서 량 2023.07.05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05
|詩| 빅 도어 빅 도어 -- 마티스 그림 “니스의 실내”에 나오는 여자에게 (1921) 야자수 밑 새까만 허수아비 둘이 걸어간다 걸어간다 동쪽으로 왜 동쪽? 왼쪽 몸집이 작은 여자 수심에 잠긴 여자 갈색 머리 오른쪽 새빨간 장미 두 송이 집채만한 문이 안쪽으로 열려 있네 詩作 노트: 마티스는 “Interior of Nice”라는 제목으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 방문이 너무나 크고 여자 몸체가 너무 작아 보인다, 이 그림에서. 근데 여자가 무슨 걱정이라도 있나 싶지, 표정이. © 서 량 2023.06.30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6.30
|詩| 옷 옷 -- 마티스 그림, “목욕가운을 입고 벌거벗은" 여자에게 (1941) 네모 네 개 직사각형 네 개 사각은 늘 그래 퉁명스러워 드럼 스틱 둘 drumstick 후두둑 툭 드럼 소리 視線을 옆으로 돌리는 여자 옷깃의 밀착 옷섶이 흔들리네 詩作 노트: 사실 내가 그림을 보고 있는 거다. 그러나 그림이 나를 보고 있다. 잘 기획된 마티스의 여자 그림이 그런 요술을 자주 부린다. 이 그림이 그렇다. © 서 량 2023.06.29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