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를 위한 詩 106

|詩| 검정색 벽

검정색 벽 -- 마티스 그림 “까만 테이블”의 여자에게 (1919) table 위에 놓인 찻잔 눈을 크게 뜬 여자 모자 쓴 여자 한밤중 꽃다발의 복식호흡 丹田호흡 단전에 氣를 모으고 있어요 칠흑보다 어두운 벽에 갇힌 채 snow white 빛으로 꿈틀거리는 龍 詩作 노트: 마티스의 여자 앞에 꽃다발이 살아있고 등 뒤에 백설공주처럼 하얗게 살아있는 龍! © 서 량 2023.07.30

|詩| 인터미션

인터미션 -- 마티스 그림 “보조 발레리나”에게 (1942) 검푸른 벽에 활엽수 잎새 잎새들 목에 걸린 하얀색 말굽자석 여자의 긴 팔 가슴 지느러미 바다 속 인어 人魚 오른쪽 大腦半球 찌렁찌렁 울린다 상승곡선 파도를 타며 하얗게 뛰놀다가 잠시 쉬는 사이 詩作 노트: 마티스가 그리는 여자들이 생선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 오른쪽 대뇌반구가 상승곡선을 탄다. © 서 량 2023.07.28

|詩| 손깍지

손깍지 -- 마티스 그림 “보라색 배경에 아네모네 꽃과 함께 있는 소녀”에게 (1944) 보라색 배경 보라색 바탕 소녀의 오른쪽 하박근이 불룩하다 보라색을 지배하는 녹청색 엷은 녹청색 가슴을 덮는 아네모네 붉은 꽃 두 송이 손가락 열개 어떤 손가락이 어떤 손가락인지 몰라도 괜찮아 詩作 노트: 마티스의 보라색 배경이 신비하다. 소녀의 얼굴 표정이 시선을 강탈한다. 그녀는 왜 보라색 테이블보 위에 손을 얹고 손깍지를 끼고 있을까. © 서 량 2023.07.27

|詩| 빨간 의자

빨간 의자 -- 마티스 그림, “노란 드레스를 입고 식물과 같이 있는 미카엘라”에게 (1943) 하늘을 찌르는 산봉우리 산봉우리 양팔을 팔걸이에 얹은 여자 가만히 앉아있는 여자 병아리색 노랑 드레스 snake plant 잎새 잎새 금줄 범꼬리 금줄 범꼬리보다 더 넓은 잎새 잠시 숨을 멈추며 室內를 독차지하는 듯이 詩作 노트: 당신도 알다시피 마티스가 집착하는 사물은 몇 되지 않는다. 여자, 꽃, 책, 식물, 의자 같은 것. 빛깔 선택도 복잡하지 않다.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에서 대충 그치고 말지. 마티스는 극히 단순한 사람이다. © 서 량 2023.07.24

|詩| 자율신경

자율신경 -- 마티스 그림 “숲속에서”의 여자에게 (1922) 숲의 일부분 숲 전체 서늘한 숲 나무들 키가 크다 참 시원해, 그치? 나무들 사이 청색 하늘로 날아다니는 精靈 날개 없이 마음 놓고 쏘다니는 精靈 숲속 살색 담요 위에서 책을 읽는 여자 마음 詩作 노트: 마티스는 화폭에 여자를 아주 작게 그릴 때가 많다. 그림 속 여자가 자연이 시사하는 自律性의 내막을 알아내기 위하여 하늘을 날아다닌다. 우리 모두가 그러고 있다. © 서 량 2023.07.23

|詩| 중추신경

중추신경 -- 마티스 그림 “꽃다발과 함께한 모습” 속 여자에게 (1939) 펼쳐진 책이 中心에서 벗어난다 옆으로 밀리는 퉁명스러운 여자 붉은 색을 뒤로 한 꽃과 꽃병이 上位를 차지한다 경사진 궤짝에 놓인 찻잔과 달걀 잠시 꼼짝하지 않는다 詩作 노트: 마티스 그림은 색깔 선택 외에도 어떤 형태가 제한된 화폭 어디에 놓이느냐, 하는 문제를 다룬다. 여자를 제켜 놓고 꽃과 꽃병의 위치 설정이 中樞 역할을 한다. © 서 량 2023.07.22

|詩| 배 일곱 개

배 일곱 개 -- 마티스 그림 “매화, 초록색 배경” 여자에게 (1948) 흐릿한 부분 빛이 흩어지는 부분 초록색 배경 크리스마스트리 겨울 배경 초록색 오후 개나리꽃 살구꽃 피어나는 시큼한 미국 배 여럿 듬성듬성 솟아나는 붉은 잉크 색 아늑한 바닥 아주아주 희미한 얼굴 詩作 노트: 마티스는 왜 자주 여자 얼굴에 눈, 코, 입을 그리지 않는지 궁금하다. 정답을 얻을 생각이 없으면서도. © 서 량 2023.07.21

|詩| 꽃병

꽃병 -- 마티스 그림 "흰 옷을 입고 꽃다발과 함께한 소녀”에게 (1919) 방안에 흐르는 섬섬한 氣流 붉은 꽃 흰 꽃 복숭아색 세포분열 여린 듯 뚜렷한 여자의 눈길 氣流가 강해지고 책이 날아가고 테이블이 쓰러진다 詩作 노트: 전에도 말했지만 마티스 그림을 감상할 때 前景보다 背景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당신이 누구에게 말을 할 때도 그렇다. 단어 선택보다는 대화의 배경이 중요하다. © 서 량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