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를 위한 詩 106

|詩| 유체이탈

*유체이탈 -- 마티스 그림, “소파 위의 여자”에게 (1921) 높은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방 누워있는 몸 부유하는 소파 여자 방에 흐르는 기류 진동 기류 원근법이 망가진다 원근법이 둘씩이나 되네 이윽고 외출하는 靈體 *靈體를 肉體에서 이탈시키는 행동 詩作 노트: 마티스가 유체이탈 경험이 있었다는 추측이다. 이 그림 속 소파 위의 물체는 여자의 靈體임이 분명해. 잘 보면 소파 전체가 천장을 향해 부유하는 장면이다. © 서 량 2023.06.27

|詩| 붉은 공간

붉은 공간 -- 마티스 그림, “붉은 배경에 푸른 옷을 입고 테이블에 앉은 여자”에게 (1923) 꽃 긴 꽃병 긴 원피스 푸른색 허리띠, 짙은 자주색 necklace 공중에 떠있는 탁자 소책자 小冊子 여자 크게 뜬 한쪽 눈 다른 쪽은 角이 졌어 빨강색 바닥을 짓누르는 뾰족구두 새까만 구두코에 떨어지는 꽃잎, 흰 꽃잎 詩作 노트: 마티스의 그림은 전경보다 배경에 신경이 쏠린다. 그림의 분위기를 꽉 잡고 있는 것은 배경이다. 시를 쓸 때도 그렇다. 가까운 생각보다 먼 생각이 시를 잡고 흔든다. 어쨌거나 이 그림 속 여자는 참 매력적이다. © 서 량 2023.06.26

|詩| 물결

물결 -- 마티스 그림 “푸른 튀튀*의 무용수”에게 (1942) 꽃병이 양팔을 허리에 왼쪽 팔을 여자가 허리에 어딘지 어두운 구석, 편안한 모습 선명한 속눈썹 튼튼한 대퇴근 strong thighs 오렌지색 수박색 靑色 tutu, tutu 검정색 파도, 잔잔한 파도 *tutu: 발레를 할 때 입는 주름이 많이 잡힌 스커트 詩作 노트: 오렌지색이 어딘지 어두워 보일 때가 있다. 늘 그런 거는 아니지만, 마티스 여자의 치마가 물결칠 때도 좀 그렇다. © 서 량 2023.06.25

|詩| 흰 타월

흰 타월 -- 마티스 그림 “핑크 누드”에게 (1921) 사각형 직선 door 설정 성큼성큼 곡선으로 걸어가는 여자 환하다 붉은 바닥 장미 白薔薇 흰 타월이 걸리적거려요, 걸리적거려요 누군가 핑크색 물감을 지긋이 찍어 누르고 있는 중 詩作 노트: 마티스의 갈등을 읽는다. 보여주고 싶은 욕망과 가리고 싶은 압력의 대립이다. 이 둘 사이에서 화려한 예술작품이 생겨난다는 생각이다. 여자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야. © 서 량 2023.06.24

|詩| 팔을 뒤로 제키다

팔을 뒤로 제키다 -- 마티스 그림 “누워있는 무용수”에게 (1925-1926) 상상만으로 부족하나요 울창한 숲 여자의 울창한 활기 넘치는 동영상 흑백의 슬픔 떨리는 signature 맞다맞다 상상만으로는 미흡해 詩作 노트: 마티스가 도화지에 찍찍 그려 놓은 여자 그림이 좀 슬퍼 보일 때가 있다. 그림 속 무용수가 벌떡 일어나 춤을 춘다. 빙그르르 돌기도 하고 고개를 뒤로 제키고 잠시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 서 량 2023.06.22

|詩| 여행

여행 --- 마티스 그림 “꿈”에게 (1940) 등허리, 양팔에서 일어나는 진동 미세한 진동, 확고한 손 여자의 꿈을 운행하는 힘 진행자, Master of Ceremony 아메바 모양 보라색 비행접시가 빨간 배경 속으로 날아간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네 詩作 노트: 마티스 그림 중 여자 옷에 물결처럼 뵈는 문양이 자주 등장한다. 전자파동을 연상시키는 모양새. 유체이탈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 신경을 쓰는 靈體의 實體일지도 몰라. © 서 량 2023.06.21

|詩| 보라색 팔레트

보라색 팔레트 -- 마티스 그림 “잠자는 여자와 같이 있는 정물화”에게 (1940) 노랑색 주홍색 과일 여럿 물방울 덩어리 흥건한 palette 둥글게 휘어지는 palette knife, 팔레트 칼 성글게 떨어지는 빛방울, 빛방울 잎새 사이사이 꿈속에서 생글생글 웃는 여자 팔레트에 물감을 짜면서 色調 色調에 차분히 휘말리는 여자 詩作 노트: 마티스는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여자들을 자주 그렸다. 이 여자는 팔레트 모양 테이블 위 맛있어 보이는 과일을 옆에 두고 선잠을 잔다. 마티스는 과일을 먹는 여자를 그리지 않았다. 과일이나 음식을 먹는 사람을 그리는 화가는 아마도 없지 않나 싶은데. © 서 량 2023.06.18

|詩| 여름 바다

여름 바다 --- 마티스 그림 “빨간 우산과 함께 옆으로 앉은 여자”에게 (1919-1921) 수평선이 가까이 보이네 방안에 접혀진 우산 끝이 뾰족해요 빨간 줄이 죽죽 간 테이블 보 꽃 대여섯 송이 방안도 방 밖도 다 눈부셔 눈부셔 여름을 향해 열린 커다란 커튼 여자가 빨간 양산 아래 앉아 있는 옆 모습 숨소리도 안 들려 전혀 안 들려 詩作 노트: 바다가 여름을 압도한다. 바다를 가까이 하는 마티스의 여자가 여름을 제어한다. 여름은 빨강과 청색의 시원한 어울림이다. 우산도 함께한다. © 서 량 2023.06.16

|詩| 집중

집중 -- 마티스의 그림 “얼굴을 팔에 묻은 여자”에게 (1929) 렌즈가 반짝인다 새하얀 백지 한 장 여자가 사라질수록 더 빛나는 렌즈 가려진 입술, 사무치는 검은 그림자 오른쪽 팔죽지 上膊筋 양순한 힘살이 감추는 지극한 本心 詩作 노트: 마티스의 그림 속 여자 눈초리가 매섭다. 성능 좋은 렌즈 같다. 배경은 白夜, 남극 또는 북극에 가까운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 서 량 2023.06.15

|詩| 외출

외출 -- 마티스 그림 “창문의 젊은 여자, 저녁노을”에게 (1921) 붉게 물든 바닷물 언저리, 언저리에 모르는 사람들이 멀고 멀어요 붉은 하늘 보라색 하늘을 만지는 여자 투명한 창문 붙박이 창문 너머 야자수 검푸른 야자수를 건드리는 손, 손가락 완전히 몸을 떠나서 詩作 노트: 실내에서 창밖을 내다보는 여자는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남을 보는 순간 남이 되는 나. 이 그림을 보면서 어느새 나 또한 손을 뻗쳐 야자수 잎새를 건드린다. © 서 량 2023.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