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 무게 / 김종란 숨의 무게 김종란 살아있는 기척, 짙푸른 의문으로 잎은 무성하다 일그러진 입 푸르게 삼켜진 소리 겹겹이 그늘로 감싸 안는다 숨의 무게 가볍게 하늘을 두르는 흰 꽃송이들 알 수 없음의 무게에 쇠붙이인가 날개인가 한다 흰 꽃송이들 오르듯 함께 간다 © 김종란 2019.08.28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3
독서 / 고양이 - 김종란 독서 / 고양이 김종란 Saxon이란 검은 고양이 어둠에 반짝이는 노란 눈 어둠을 스치는 날렵한 혀 신선한 우유향이 난다 느리게 번역되는 어두움 밀집했나 어둑어둑한 나무들 한 나무를 타고 오른다 나무에서 장미향이 난다 Saxon이 뛰어든다 어둠이 휘청인다 © 김종란 2019.02.27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2
빗소리 / 김종란 빗소리 김종란 비가 후드득 겨울 나뭇잎 스치는 소리 누군가 살고 있는 소리 다쳤어도 무너졌어도 깃 추스려 다독인다 꿈인 듯 눈물겹게 한적하다 숲 보이지 않으면 소리에 기대 본다 물안개 빛이다 길은 숲과 동행하며 빛으로 반쯤 지워지는 중이다 © 김종란 2018.12.21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2
미술학교 / 김종란 미술학교 김종란 어느 부문을 손봐야겠기에 보이지 않게 보이지 않는 것들이 흘러 *이브 클라인의 블루로 만나 빛 없는 것들이어서 물기 어린 그의 블루 하늘, 바다 보는 또 하나의 텅 비인 물기 더할 나위 없는 눈(眼) *Yves Klein: French artist © 김종란 2018.10.08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2
나비라는 고양이 / 김종란 나비라는 고양이 김종란 이국(異國)에서 굳이 석양에 울지 않는다 뜻 모를 사람이 되어 웃는다 달콤하게 익어가는 포도 넝쿨 그늘 나비가 앉아 있다, 프랑스 고양이 © 김종란 2018.09.15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1
반딧불이 / 김종란 반딧불이 김종란 한여름 밤 폭우 소리에 잠들다 문득 일어나 창문을 닫는다 말(言) 하나 동무하고 싶다 한여름 밤 따뜻한 빛 동무 반딧불이 © 김종란 2018.08.03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1
여름 정원 / 김종란 여름 정원 김종란 여름의 정원에는 흰 돛이 뜬다 눈물보다 빠르게 바람 불고 나무는 느리게 흔들린다 짙음과 푸름 안에 사랑하는 것들 노루보다 빠르게 뛰어간다 시간을 놓아버리는 손 그림 속 정원에는 해바라기 몇 송이 밤은 어느새 왔다 두 눈에 가득하다 © 김종란 2018.08.03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1
흰빛 선박(船舶) / 김종란 흰빛 선박(船舶) 김종란 불어난 강물 위 문득 흰빛 선박(船舶) 창가를 지난다 두 손을 바라 본다 조금씩 일렁이는 빛 숲 속에 있을까 녹음(綠陰)속에서 두런거리며 피어나는 여름 꽃일까 흰 페인트 칠한 창고에 기대어 있는 부서진 자전거가 보인다 여름은 이제 시작이라며 바이올린의 첫 현을 긋는다, *샤콘느 *Bach, Partita No. 2 'Chaconne' © 김종란 2018.06.13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0
초록의 성(城) / 김종란 초록의 성(城) 김종란 비어 있는 성(城), 비가 오기도 조용한 바람이 불기도 한다 꽃 진 후 잎을 키우는 言語 세 들어 살며 서늘한 잠에서 깨어 다시 불안하게 뒤척이다 잠든다 초록으로 스며든 音樂 서서히 서서히 짙은 초록이 머무는 중세(中世)의 성(城)으로 데려간다 지금 선 잠이 든 言語 녹색 잎 무성하나 성(城)안 꽃 진후 비 듯, 초록 꿈인 듯 일렁이며 지나간다 © 김종란 2018.05.15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0
풍경화 속의 길 / 김종란 풍경화 속의 길 김종란 처방전 빈 귀퉁이에 받아 적습니다 대책 없이 바람 서두는 봄 길이든가, 해가 가슴 속으로 낙하(落下)하는 한여름 녹음(綠陰)이든지 부칠 곳 없이 저녁 녘 다다른 검푸른 바다라 꽃 지듯 홀로 저문 풍경이네요 낯선 곳에 있습니다 저기인데 왜 다다르지 못할까 의문입니다 그림 속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괜찮다고 합니다 쉬이 도착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웃으면서 그렇답니다 © 김종란 2018.05.08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