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159

흰빛 선박(船舶) / 김종란

흰빛 선박(船舶) 김종란 불어난 강물 위 문득 흰빛 선박(船舶) 창가를 지난다 두 손을 바라 본다 조금씩 일렁이는 빛 숲 속에 있을까 녹음(綠陰)속에서 두런거리며 피어나는 여름 꽃일까 흰 페인트 칠한 창고에 기대어 있는 부서진 자전거가 보인다 여름은 이제 시작이라며 바이올린의 첫 현을 긋는다, *샤콘느 *Bach, Partita No. 2 'Chaconne' © 김종란 2018.06.13

초록의 성(城) / 김종란

초록의 성(城) 김종란 비어 있는 성(城), 비가 오기도 조용한 바람이 불기도 한다 꽃 진 후 잎을 키우는 言語 세 들어 살며 서늘한 잠에서 깨어 다시 불안하게 뒤척이다 잠든다 초록으로 스며든 音樂 서서히 서서히 짙은 초록이 머무는 중세(中世)의 성(城)으로 데려간다 지금 선 잠이 든 言語 녹색 잎 무성하나 성(城)안 꽃 진후 비 듯, 초록 꿈인 듯 일렁이며 지나간다 © 김종란 2018.05.15

풍경화 속의 길 / 김종란

풍경화 속의 길 김종란 처방전 빈 귀퉁이에 받아 적습니다 대책 없이 바람 서두는 봄 길이든가, 해가 가슴 속으로 낙하(落下)하는 한여름 녹음(綠陰)이든지 부칠 곳 없이 저녁 녘 다다른 검푸른 바다라 꽃 지듯 홀로 저문 풍경이네요 낯선 곳에 있습니다 저기인데 왜 다다르지 못할까 의문입니다 그림 속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괜찮다고 합니다 쉬이 도착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웃으면서 그렇답니다 © 김종란 2018.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