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갑옷 / 김종란 사과의 갑옷 김종란 초록이 빨강을 이야기 하는 사과는 objet 다 사과 앞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 곳 이 시간 내 눈 앞에 있음이 전부다 빨강을 품고 짓는 초록의 웃음 세잔의 갑옷을 입고 너는 빛 안에 나는 이 곳에서 무모하다 © 김종란 2021.04.10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8
거미의 장화 / 김종란 거미의 장화 김종란 알 수 없음의 장화를 신고 끈끈하게 매달려 흔들린다 다른 시간으로 가지를 뻗는 봄, 위장한다 깊은 숨을 쉰다 눈 깜짝할 사이 지나면서 제비꽃의 들숨 벌새의 붕붕거리는 비상 비 오는 코스타리카 숲을 불러와 숨을 쉰다 바다에 떠 있는 거미 어리둥절 목숨을 늘이며 숨을 죽인다 © 김종란 2021.03.23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8
100년의 마음으로 / 김종란 100년의 마음으로 김종란 아껴 보시던 모란꽃 피면 그 마음 만날 것 같아요 서녘 들바람 지나 오느라 모란의 마음 짐작도 못하고 모란 곁에 돌아가 100년의 마음 그 꽃 그늘에 잠시 쉬다 갑니다 © 김종란 2021.01.13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7
*La Grima / 김종란 *La Grima 김종란 파란 Madrid 광장, 어느 틈 비져나온 눈물, 빛의 협곡에 갇힌다 소실(消失) 되어 반짝이는 기쁨 방울들 거리의 guitarist 반 토막 시가 입에 문 채 자유롭다 마지막이란 게 그렇다 자유롭고 무작위적이다 눈이 부시다 *클래식 기타 곡 '눈물' © 김종란 2020.10.15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7
한 가지 옷 / 김종란 한 가지 옷 김종란 한 별 한낮의 정원 웃음소리가 떠다닌다 빛이 쏟아져 내린다 이야기 물빛에 잠긴다 초록빛 푸른빛이 섞인다 보이지 않는 물레를 돌리며 서로의 숨을 잣는다 목소리로 무늬를 넣으며 지어내는 별의 옷 © 김종란 2020.10.08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7
연인 / 김종란 연인 김종란 보이지 않는다 매미가 운다 소리가 가득하다 책 페이지를 덮는다 알 수 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나무도 가만히 있고 구름도 지켜본다 빛이 차곡차곡 쌓인다 소리가 쌓인다 뜻은 없다 © 김종란 2020.08.13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6
2020 초여름에 품다 / 김종란 2020년 초여름에 품다 김종란 횡격막 부근 *누란을 품는다 2020 화려하다 병든 도시에서 유월 나무들과 아이비 넝쿨들은 보이지 않는 호수를 이야기한다 초여름 숨이 차다 방황하는 호수를 찾아 새된 비명소리 울음소리 낙타에 실으며 숨 차는 초여름 쏟아져 나오는 기침소리 담황색 바람 사라진 흔적들을 좇아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함께 묵묵히 *전설의 사막도시 © 김종란 2020.06.16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6
소리와 물의 정원 / 김종란 소리와 물의 정원 김종란 *소쇄원을 떠나 소쇄원을 꿈꾸다 어느 아열대의 숲에서 두 손으로 빗방울의 무게를 받으며 쑥색으로 웃는다 흙의 무게에서 빗방울의 무게로 빗방울만큼의 무게로 거미줄에 매달려 흔들리며 공명하는 물과 소리의 정원/마음과 생각의 정원 *전남 담양에 있는 조선시대의 정원 © 김종란 2020.06.11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4
길/모른다, 아는것 너무 많아 - 김종란 길/모른다, 아는 것 너무 많아 김종란 마음에서 풍경으로 나아간다 천둥과 번개 치면 촘촘한 그물망 벗겨진다 천둥과 번개 사이에서 잠시 바다, 잠시 우주 모른다 길을 숨쉰다 숲에 든다 이슬과 시간 빛나는 무거운 초록의 이끼가 된다 © 김종란 2019.10.17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3
잠시 빛을 안으며 / 김종란 잠시 빛을 안으며 김종란 쏟아지는 멈출 수 없는 흙의 이야기 포근하고 어둑한 흙의 말 오래 참아 숨차고, 오래 울어 높이 오른 소리 타는 볕, 서늘한 바람, 쓰르라미 운다 가득 찬 곳을 비운다 © 김종란 2019.08.31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