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유화 김종란 가을 강을 바라 본다 오래된 유화의 하늘 밑 드나드는 미래의 사람 길어진 머리로 물고기 떼 한데 어울려 헤엄치며 도서관 문을 드나든다 쉬임 없어 느린 강 끝없이 춤추는 구름을 안으며 하늘은 깊고 푸르다 가을에 방치되어 있다 바랜 하늘색 신발을 신고 강을 등지고 걷는다 아늑하고 한적한 곳 가을 숲 옆구리에 몸을 부린다 숲은 어디나 있다 맨하탄 부동의 마천루 모방한다 하루를 미친 듯 걸어 푸르게 무거워질 때 돌아 온다 가을 풀 벌레 소리 귀에 환하다 누군가의 그림에 들어가 보는 도둑 같은 밤 빈 캔버스안에 얼굴을 무거운 이야기를 버리고 온다 가을 풀벌레 소리 © 김종란 201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