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305

말(言語)을 타고 평생을 간다 / 한혜영

말(言語)를 타고 평생을 간다 한혜영 인생을 부리는 것은 9할 9푼이 말(言語)이다 자다가도, 죽음 직전에도 말 잔 등 에 올라야 한다 죽겠다는 말은 그래서 함부로 할 게 아니다 말 때문에 다 저녁때 끄덕끄덕 사막으로 들기도 하고 감옥이나 찻집엘 가기도 한다 가벼운 농담이라도 함부로 하지 마라 밥이나 술 산다는 약속조차도, 사랑한다는 농담 한마디 잘못한 배우 날뛰는 악몽에 머리끄덩이 잡혀 밤새 혼나는 것도 봤다 불가능이라고는 없던 나폴레옹이 워털루에서 패한 것은 말 달릴 때를 놓친 게 원인이다 말은 눈도 귀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제 몸에 입력된 정보대로 귓속을 향해 돌진할 뿐, 권력이나 비밀을 가진 자는 더 조심스럽게 말을 몰아야 한다 내 말(馬)이든 네 말(馬)이든 말굽에는 요란한 편자가 있으므로,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