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불면
조성자
불면을 정성껏 키우면 불멸이 될라나
요즘 나의 단잠은 아주 사소한 것에도
쉽게 굴복 당한다
오후에 마신 한 잔 커피로
밤과 잠 오랜 친분 관계가
밤에는 자야 한다는 만고의 법칙이
종종 깨어져 난장을 치고
잠 사라진 밤의 어둠을 녹여
밀반죽하듯 치대고 주무르면
아득한 기억 속의 풍운이 튀어나올까
다가올 날들의 무지개가 선명해질까
책꽂이에 꼽혀 장수를 누리는,
유업을 이어가는 적자들이란, 아마도
불면을 두드리고 조이고 닦아 태어난
어둠의 아들들이었을 것인데
이 밤,
불면을 꾀어내 질펀하게 놀아볼 수만 있다면
「문학청춘」 2009년 가을, 창간호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기잼 / 조성자 (0) | 2010.04.20 |
---|---|
식탁 / 조성자 (0) | 2010.04.13 |
젖무덤을 내려놓다 / 한혜영 (0) | 2010.04.10 |
말(言語)을 타고 평생을 간다 / 한혜영 (0) | 2010.04.10 |
약속을 생각하다 / 한혜영 (0) | 2010.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