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비닐하우스 / 조성자

서 량 2010. 4. 20. 05:57

 

비닐하우스

 

       조성자

 

택배로 부쳐 온 취나물

갖은 양념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속성으로 웃자란 맛은

싱겁지만 거만하기도 해서

 

지리산, 거긴 아니래도 뒷산 중턱쯤에서

쓴맛 단맛을 피하조직에 저며 넣으며 분투하고 있을 

야생 취를 생각한다

 

이틀씩 집 비우고

나물 뜯으러 산으로 들던 어머니

곰취, 두릅, 원추리 평상에 널어 말릴 때

쌉쌀하게 게워내던 산의 속내

 

몽중의 비닐하우스 속으로

태양을 불러들여

야들야들하게 자란 무수한 사유들, 주장들

몸단장하고 호객행위를 하는 저녁

 

시를 위해 타클라마칸사막으로 떠나는

노시인의 배낭 위로 내리 꽂히는 불빛

 

<시와 정신> '09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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