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조성자
택배로 부쳐 온 취나물
갖은 양념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속성으로 웃자란 맛은
싱겁지만 거만하기도 해서
지리산, 거긴 아니래도 뒷산 중턱쯤에서
쓴맛 단맛을 피하조직에 저며 넣으며 분투하고 있을
야생 취를 생각한다
이틀씩 집 비우고
나물 뜯으러 산으로 들던 어머니
곰취, 두릅, 원추리 평상에 널어 말릴 때
쌉쌀하게 게워내던 산의 속내
몽중의 비닐하우스 속으로
태양을 불러들여
야들야들하게 자란 무수한 사유들, 주장들
몸단장하고 호객행위를 하는 저녁
시를 위해 타클라마칸사막으로 떠나는
노시인의 배낭 위로 내리 꽂히는 불빛
<시와 정신> '09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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