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잼
조성자
발설을 잡아넣고 뭉근하게 끓인다
그들과 그들 사이에서
숨어 살던 사실들이 기어 나와
동가식서가숙하더니
그 어슬렁거림 위로 곰팡이
눅눅하게 피기 시작했다
적당한 부패는 삭힌 홍어의 살점처럼
맛이 드는 과정이라고
술꾼들은 입맛을 다시며
기다리기도 했는데
은밀함은 즐기고 나면 버려지는 것이어서
살점 다 발리고도
씹히는 소리 요란하다
그들 사이의 안전거리는 잼으로 유지된다
적당히 졸여진 딸기를 구운 빵에 펴 바른다
이로써 무연(無緣)의 관계는 영구 보존된다
<시와 정신> '09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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