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와의 싸움
전애자
어둠 속에 있다가
밝아지면서
인기척을 느꼈을텐데
목욕하는 터브에 붙어있는
다리가 많이 달린 벌레
어떻게 잡지?
고양이가 되어
개가 되어
새가 되어
생각하는 동안 시간이 흘렀는데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도 개도 새도
될 수 없어
잡지 못하고 집에서 나왔다.
죽일걸 그랬나?
학교에서 돌아온 예지가 보고
놀라면 어쩌지 하면서
나는 차를 돌리지 못 했다.
죽일걸죽일걸죽일걸…
새끼를 많이 치면 어쩌지
하루종일 머리 속을 어지럽혔다.
그 날밤
벌레를 죽였다는 딸애 말에
망설이던 생각이
걱정하던 생각이
얼굴에 웃음꽃이 되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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