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벌레와의 싸움 / 전애자

서 량 2010. 3. 23. 22:09

 

벌레와의 싸움

 

                      전애자

 

어둠 속에 있다가

밝아지면서

인기척을 느꼈을텐데

목욕하는 터브에 붙어있는

다리가 많이 달린 벌레

 

어떻게 잡지?

고양이가 되어

개가 되어

새가 되어

생각하는 동안 시간이 흘렀는데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도 개도 새도

될 수 없어  

잡지 못하고 집에서 나왔다.

 

죽일걸 그랬나?

학교에서 돌아온 예지가 보고

놀라면 어쩌지 하면서

나는 차를 돌리지 못 했다.

 

죽일걸죽일걸죽일걸…

새끼를 많이 치면 어쩌지

하루종일 머리 속을 어지럽혔다.

 

그 날밤  

벌레를 죽였다는 딸애 말에

망설이던 생각이

걱정하던 생각이  

얼굴에 웃음꽃이 되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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