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쩌려나 II... / 윤영지 이제는 어쩌려나 II… 윤영지 반짝이는 검은 피부에 빠글거리는 머리 아침마다 학교 갈 준비를 일일이 챙겨주던 엄마 잔 가르마 타서 촘촘히 빗고 총총 땋아내려 말끔히 정돈되었던 곱슬머리는 언제부터인가 간신히 두 갈래로 묶여 빠글거리는 두 솜방망이가 머리 양 옆에 올라앉았고, 그 나마도 지금..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25
그것은 빛나는 빛이었어요 / 황재광 그것은 빛나는 빛이었어요 황재광 색깔이 있어 좋아요 소리가 있어 더욱 좋고요 선율이 있어 마음에 강물이 흘러가요 두둥실 갑자기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돗배가 생각나요 생각이 또 생각을 낳아 생각 없음이 누적 되면 생각이 되고 그리하여 옛날 까까중 머리하러 갔던 그 이발소 벽 액자 속 어디..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19
겨울로 가는 길 / 최덕희 겨울로 가는 길 최덕희 하늘이 징징 울음 운다 천릿길 새들의 젖은 날개가 구름을 이고 내려 앉는다 조지 워싱턴 브릿지의 촉촉한 안개 속을 둥둥 떠 다니는 불빛의 행렬 같은 태에서 떨어져 나온 쌍둥이 자리는 하나의 별을 노래한다 나풀나풀 하얀 깃털이 철교 밑 흐르는 물 위에 몸을 싣는다 물살을..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19
이제는 어쩌려나... / 윤영지 이제는 어쩌려나… 윤영지 작년에 들어온 곱슬머리의 흑인 소년 열 일곱 살의 덩치에 지능은 유치원생 그래도 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을 좋아해 지나갈 때마다 검은 살빛에 하얀 치열 드러내며 큰 소리로 외쳐대는 “Hi~!” 반짝이며 피어나는 해맑은 웃음 상대방이 답례라도 해줄 때면 좋아서 어쩔 줄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18
낙타의 스타일 / 황재광 언제나 문제는 스타일이다 가령 낙타가 산봉우리를 등에 지고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을 걷는것이나 해거름 앞다리를 접어 몸 낮추어 서쪽하늘을 향하여 경배하는 것은 낙타의 스타일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사자후를 흉내내어 자네가 짊어진 것은 산이 아니라 물통이라고 호통을 친들 낙..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16
파도 / 최양숙 파도 최양숙 내가 당신을 부드럽게 쓸어주면 당신은 내 안에 들어올 수 있어 발꿈치만 적시는 당신으로는 흡족치 않아 휘몰아쳐 오면 당신은 저 멀리 도망쳐 당신의 모두를 원하는 나는 당신을 내 안에 가두고 싶지만 내 안에서 질식하는 당신을 원치는 않아 세상 모두는 흘러가고 지나가지만 당신을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15
AM 9시5분 전 / 최덕희 AM 9시 5분 전 최덕희 AM 9시 5분전 맥도널드 유리창 너머에 나타난 빨간 스포츠 모자 아름드리 하나 반은 됨직한 아내의 허리를 두른 주름진 손 노인의 구부정한 어깨와 헐렁헐렁한 바지가랑이 서로에게 무게를 기대고 휘청거리며 들어 선다 브랙퍼스트 팬케잌에 메이플 시럽 스몰 커피 노 슈거에 밀크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12
내 안에 은빛 여우 / 최덕희 내 안에 은빛 여우 최덕희 내 안에 은빛 여우 한 마리 살고 있네 음전한 치마 끝으로 살짝살짝 보이는 꼬리 당신도 모른다네 여우는 잠을 자거나 긴 털을 갈래빗으로 곱게 내려 치장하는데 하루를 보낸다네 당신이 때론 홀린 듯 내 눈 속에서 그 안의 여우를 볼 때 아직은 한 개 밖에 없는 꼬리 부드럽..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12
어둠 속에서 더 빛나는 것이 있다 / 최덕희 어둠이 깃들면 산도 나무도 잠들어 별들이 깨어난다 반짝이며 흘러 별무리를 이루고 미리내 강물로 일렁인다 달 그림자 드리우는 숲은 어둠을 맞아 속살거리고 있다 그 속에서 더 빛나는 것이 있다 고향 바닷가 갯바위섬의 노랫소리 손가락 새로 내리는 은모래의 감촉 파도가 앗아 간 검은 머리카락 ..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09
아침에 오는 반란 / 송 진 아침에 오는 반란 송 진 뻥튀김 기계가 토해내는 허풍선이 과자처럼 쉽게 튀어나오는 가벼운 말, 이라고요? 천형의 길을 내딛는 낙타의 첫 걸음에 아침 햇살이 살짝 형장의 서슬을 감지시킬 때 첫 서리의 무모함만큼이나 생경하고 막무가내인 아집에 속수무책인 밤이 맥없이 밀려날 때 한동안 적조했..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