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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소리가 타는 냄새

소리가 타는 냄새 두 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비발디 협주곡을 듣는다 A minor 멜로디 불길로 타오르는 빨강머리 카톨릭 사제 Antonio Vivaldi 천식으로 기침을 킁킁 하는 비발디 스타일 박하 냄새 팍팍 풍기며 얽히는 바이올린 줄 열덟 개 입안에 갓 들어간 껌을 우적우적 씹는다 그래도 목이 타네 詩作 노트: 옛날에 쓴 詩가 조심스러워서 많이 미흡하다 나이 들수록 詩를 막무가내로 쓰고 싶어지지 말도 그렇게 하고 비발디를 듣자니까 © 서 량 2012.02.27 – 2024.02.29

2024.02.29

|詩| *가려운 양파

*가려운 양파 -- 넷플릭스 드라마 ‘Warrior (2023)’를 보고 나서 천정이 높은 실내 낡은 피아노 소리가 술잔에 부딪친다 갈매기 날갯짓으로 붕 뜨는 에너지 세포분열이 터진다 경건한 분열 몸놀림 상처 trauma 화면을 적시는 빗물 어깨 뒤태가 두툼한 남자가 오리걸음으로 걸어간다 코를 찌르는 양파 냄새 남자가 속삭인다 The reason I came to America was… 나는 왜 미국에 왔나 주먹질 총질 칼부림 가려운 가슴 위에 얹히는 얼음주머니 여자는 내 고등학교 동창생을 꼭 닮은 주인공 손을 잡는다 詩作 노트: 19세기 말. 샌프란시스코에 철도공사를 위하여 이민 온 중국인들을 백인들이 ‘itchy onions, *가려운 양파’라 부르고 중국인들은 백인들을 ‘duck, 오리’라 불렀다...

2024.02.22

|詩| 춤추는 봄

춤추는 봄 떡갈나무가 뿌리를 치켜들고 물구나무서기를 했거든요 몸매 날렵한 종달새 한 마리 구름 너머로 날아갔거든요 바람 찬 해변 반짝이는 조약돌이 지난 가을 뒷마당에 매장된 낙엽이 후끈 달아올랐대 아이, 싫어, 싫어! 볼썽사납게 당신이 추는 개다리춤 詩作 노트: 개다리춤: 양다리를 마름모로 벌렸다가 오므리는 행동을 빠르게 반복 하면서 추는 춤 - 뜻이 궁금해서 굳이 사전에서 찾아 봤지. 기하학적인 설명이네. 눈에 선해. 봄춤은 알레그로 템포. 봄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 서 량 2008.04.18 – 2024.02.08

2024.02.08

|詩| 빨리 뛰기 2

빨리 뛰기 2 네발동물의 두 앞발은 날개다 구름 없는 창공을 나르는 검정색 새 한 마리 잠자리 잠자리들 네 발이 다 무지개 빛 날개로 변한다 양지 바른 앞마당 강아지 강아지들이 엄마를 향해 달리네 달려라 달려 다부지게 다부지게 밤이면 밤마다 새삼스레 걸음마를 배우며 헐거운 이불로 어깨를 덮은 채 끙 옆으로 돌아눕는 검정색 새 한 마리 날아라 날아 암팡지게 암팡지게 으으응 응응 응 詩作 노트: 꿈결인지 생시인지 하늘을 나르는 새 한 마리를 보았다 먼 거리라서 몸이 검정 강아지색으로 보이는 새 한 마리 © 서 량 2012.07.03 – 2024.02.02

2024.02.02

|詩| 빛이 없는 자리 2

빛이 없는 자리 2 빛이 함몰한 곳에 가보았다 세차게 끓어오르는 magnetic force 네 귀가 번쩍 들려 거무죽죽한 기와지붕 세찬 바람이 날개뼈를 흔드네 당신의 푹 꺼진 눈등 반듯한 이마 memory 빛이 내뿜는 nostalgia 등등 스며드는 적요가 좋았다 詩作 노트: 詩를 쓰다 말고 별안간 방의 불을 확 끈다 창밖 하늘 빛이 거무튀튀한 기와지붕이네 © 서 량 2011.08.31 – 2024.02.01

2024.02.01

|詩| 사소한 예감 2

사소한 예감 2 탐조등이 암흑을 절단한다 당신이 예각으로 쪼개지고 있어 눈에서 주홍색 전파를 지지직 내뿜는 도깨비를 보았지 도깨비를 방에서 쫓아내세요 흠씬 두들겨 팬 후에 속이 찔끔해지는 말을 해주시고요 부피감 없는 말을 부엌칼로 찔러봐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거라는 귀띔이 있었다 당신의 예술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귀신으로 변한 거래 뜨거운 전류가 허파를 관통하네 갈라지는 내 가슴 詩作 노트: 예나 지금이나 내 몸 주변에 전류가 흐르고 있다 특히나 자고 있을 때 같은 때는 더 심하게 흐른다 © 서 량 2011.02.17 – 2024.01.30

202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