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군대 스타일 군대 스타일 안경을 벗었다 썼다순 군대식 정신집중당신 머리를 겨냥하는저 長銃 개머리판상처 받은 사람들이 상처를 치료하다니마구 구겨진 군복바지 알맞게 헐렁하다 詩作 노트:군의관 훈련병 시절, 이를테면 살벌한 전쟁터에서적군을 총살한다거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 서 량 2024.07.27 詩 2024.07.27
|詩| 어린이 세계 어린이 세계 사춘기 소녀들이 지배하는 공간8살바기 남자애들더러는 좀 한쪽으로 치우친다불안한 모습얼떨떨한 얼굴금단추 유니폼을 입은 어린아이가제일 똑똑한 靈物이라니까 그러네 詩作 노트:잘 생각해보면 큰 전쟁을 이겨낸 아이들나도 운 좋게도 그 중에 하나 8살짜리다 © 서 량 2024.07.26 詩 2024.07.26
|詩| 눈빛 눈빛 앞을 똑바로 보는 기질눈을 크게 뜨기 가늘게 뜨기단단한 돌 배경에 각인된 정교한 장식텍스트를 압도하는 그림바람 세찬 맨해튼열렬히 사진을 찍는 백인 남자굵은 등허리가 압권이다 詩作 노트:2009년 여름 맨해튼 Skyline 버려진 철로를 관광한 후였다.황동규, 김정기 선생님은 입을 다무시고, 나는 입을 벌리고. © 서 량 2024.07.25 詩 2024.07.25
|詩| 글꼴 글꼴 다 궁서체였다 그때는 광화문도 당신도 종이우산도 항공엽서에 눌러쓴 미국 주소도 그러나 지금은 다 맑은 고딕체다 아 태극기여 등을 꼿꼿이 세우고 똑바로 말해보라 급히 뛰어오는 승객을 위하여 스르르 정차하는 전차여 詩作 노트:2012년 8월에 비행기 시간이 늦어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치 못했다. 그리고 며칠 후 무슨 일로 광화문 미대사관에 갔다. © 서 량 2024.07.24 詩 2024.07.24
|詩| 웃음 웃음 살며시 슬그머니어둠을 밝히는 눈동자진우씨 경숙씨맨해튼 북부 대낮아 에드가 알란 포 카페정면을 바라보는저 눈웃음 얼굴웃음을 보아라 詩作 노트:언제였지 그거야 잘 조사해보면 알 수 있다 왜 하필 에드가 알란 포 카페였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 거 참 © 서 량 2024.07.23 詩 2024.07.23
|詩| 대중탕 대중탕 수유리 수유동 목욕탕 빨래 냄새 무쇠솥 밥 냄새다 뜨거운 수증기 어둠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나 나를 느슨하게 감싸주는 알몸의 앎 詩作 노트: 라는 제목으로 응모한 한국일보 1988년 신춘문예. 얼굴도 몰랐던 심사위원이 김정기 선생님이었다. © 서 량 2024.07.22 詩 2024.07.22
|詩| 문예반 문예반 말을 하는 눈詩를 쓰는 몸짓짐짓 텍스트에 스며들어몇 색깔로 전달되는 詩畵앞장서는 몸부림이다 이것은팔을 끼거나 뒷짐을 지거나옷깃을 여미는 글쟁이들이 詩作 노트:2006년 11월 16일 김정기 선생님 시화전환자 때문에 늦게 도착했다 비 내리던 날 © 서 량 2024.07.21 詩 2024.07.21
|詩| 딴짓 딴짓 술이 오를 수록 투명해지는 샴페인잔 축배를 권하는 4년 선배 새하얀 앞니 색소폰 입에 물고 딴짓을 하는 나눈을 똥그랗게 뜬 10년 선배 입때껏 정신분석에 급급하시는 詩作 노트:한잠 오래전이면서 엊그제 같다아마 대학동문 연말파티 같은데 © 서 량 2024.07.20 詩 2024.07.20
|詩| 빗소리를 듣는 꽃 빗소리를 듣는 꽃 어디에나 내리면서 아무데도 내리지 않는 비당당한 교회화음으로진행되는 melody꽃의 認知삶의 默音에 사로잡히는 환희다 이것은빗소리 사무치는 꽃을 가슴에 달고 詩作 노트:2014년 7월 18일, 10년 전 오늘 김정기 선생님의 시집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뉴욕에서 © 서 량 2024.07.18 詩 2024.07.19
|詩| 선창 선창 울려고 내가 왔던가 유행가 소리 들린다 성조기 칼날 휘두르는 미동부 바람결 잊혀지는 해변 도시 부둣가 사람들 먼 사람들 시커먼 선박 멋모르고 우람한 뱃머리 하며 詩作 노트: 언제였지 뉴저지 남쪽 어디였지 거기가 혹시 Atlantic City 같기도 하고 비린내 나는 선창 © 서 량 2024.07.18 詩 2024.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