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대화 대화 말을 잠깐 쉬는 사이에 마음을 읽는다우리는 대충 쉼표에서 다음 소절을 예상한다차분해지는 얼굴 마주치지 않는 눈길行길 바 스탠드에서 커피를 마시며당신의 바코드를 스캔한다 詩作 노트:에드워드 호퍼가 한참 그림을 그리며 살던 맨해튼 남단 Greenwich Village 行길 그림 속에 들어갔다 ⓒ 서 량 2024.09,10 詩 2024.09.10
|詩| Times Square Times Square 거기에 가면 얼이 쑥 빠지는 거지Manhattan 7th Ave 42nd StBroadway 언저리 Shake Shack 햄버거빨간 플라밍고 S자 목이 늘 아프다는 거지 음, 음 하는 후렴패티 김 노래, 노래 언덕 위의 하얀 집통도사 가는 길에 깔리는 默音을 음미한다바람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거기에 가면 詩作 노트:아들놈하고 배가 출출해서 타임즈 스퀘어 길가에 앉았다늘 요란하면서 통도사 가는 길처럼 뼈저리게 적막한 곳 ⓒ 서 량 2024.09.09 詩 2024.09.09
|詩| 오누이 오누이 실비 내리는 창경원 큰오빠돌 연못 건너 집 숲 다 크다누이동생 발목양말 스르르 사라지는 사진 속 조막만한 존재들둘 다 양팔을 앞으로 구부렸어 교복에 교모까지 쓴 큰오빠도 詩作 노트:12살짜리 의사 큰오빠와 7살짜리 작곡가 누이동생이 연못을 바라본다 창경원에서 © 서 량 2024.08.10 詩 2024.08.10
|詩| 두 입 두 입 턱이 빠져도 좋다는데야대화는 去來 딜 deal 식사라도편도선 보인다아 하는 입 이슈 issue토끼 하마 둘 다 순 默音 묵음말소리 들리지 않네 전혀 詩作 노트:다시 Lower Manhattan 왁자지껄하게사진에 찍힌 사람들을 다 지워버렸다 © 서 량 2024.07.30 詩 2024.07.30
|詩| 흥분파 흥분파 문어는 심장이 셋에다가 뇌가 아홉 개래. 심장 하나는 여덟 개 발로 콸콸 피를 보내는 일을 따로 한대. 월드 트레이드 센터 언저리 길거리. 코뿔소, 하마 같은 성미 급한 동물들. 침착하게 앞발을 든 코끼리. 코끼리는 침착파, 툭하면 자기 가슴을 쾅쾅 두들기는 고릴라와 문어를 흥분파로 분류했다. 고릴라는 그렇다 치더라도 문어는 왜? 하고 당신은 물어보겠지. 그거 옛날부터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징. 詩作 노트:Lower Manhattan 자유여신상이 횃불을 치켜드는 모습이 보이는 한여름 오후 언저리였어 사람들이 왕창 떠드는 곳이 © 서 량 2024.07.29 詩 2024.07.29
|詩| 어린이 세계 어린이 세계 사춘기 소녀들이 지배하는 공간8살바기 남자애들더러는 좀 한쪽으로 치우친다불안한 모습얼떨떨한 얼굴금단추 유니폼을 입은 어린아이가제일 똑똑한 靈物이라니까 그러네 詩作 노트:잘 생각해보면 큰 전쟁을 이겨낸 아이들나도 운 좋게도 그 중에 하나 8살짜리다 © 서 량 2024.07.26 詩 2024.07.26
|詩| 눈빛 눈빛 앞을 똑바로 보는 기질눈을 크게 뜨기 가늘게 뜨기단단한 돌 배경에 각인된 정교한 장식텍스트를 압도하는 그림바람 세찬 맨해튼열렬히 사진을 찍는 백인 남자굵은 등허리가 압권이다 詩作 노트:2009년 여름 맨해튼 Skyline 버려진 철로를 관광한 후였다.황동규, 김정기 선생님은 입을 다무시고, 나는 입을 벌리고. © 서 량 2024.07.25 詩 2024.07.25
|詩| 글꼴 글꼴 다 궁서체였다 그때는 광화문도 당신도 종이우산도 항공엽서에 눌러쓴 미국 주소도 그러나 지금은 다 맑은 고딕체다 아 태극기여 등을 꼿꼿이 세우고 똑바로 말해보라 급히 뛰어오는 승객을 위하여 스르르 정차하는 전차여 詩作 노트:2012년 8월에 비행기 시간이 늦어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치 못했다. 그리고 며칠 후 무슨 일로 광화문 미대사관에 갔다. © 서 량 2024.07.24 詩 2024.07.24
|詩| 웃음 웃음 살며시 슬그머니어둠을 밝히는 눈동자진우씨 경숙씨맨해튼 북부 대낮아 에드가 알란 포 카페정면을 바라보는저 눈웃음 얼굴웃음을 보아라 詩作 노트:언제였지 그거야 잘 조사해보면 알 수 있다 왜 하필 에드가 알란 포 카페였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 거 참 © 서 량 2024.07.23 詩 2024.07.23
|詩| 대중탕 대중탕 수유리 수유동 목욕탕 빨래 냄새 무쇠솥 밥 냄새다 뜨거운 수증기 어둠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나 나를 느슨하게 감싸주는 알몸의 앎 詩作 노트: 라는 제목으로 응모한 한국일보 1988년 신춘문예. 얼굴도 몰랐던 심사위원이 김정기 선생님이었다. © 서 량 2024.07.22 詩 2024.07.22